[권대열 칼럼] 남북 정상회담 '안골모임' 시즌2

조선일보
  • 권대열 논설위원
    입력 2018.02.14 03:17 | 수정 2018.02.14 03:20

    2007년 남북 정상회담도 文 대통령은 "알찬 성과"라지만 北 시간벌기에만 이용됐을 뿐
    이 시점에 하는 게 도움될지 의문
    "회담 위한 회담 안 된다"는 新年 약속 지킬 수 있어야

    권대열 논설위원
    권대열 논설위원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 카드를 던졌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빨리 만나야 한다"며 연일 난리다. "핵 문제 진전 없이는 안 된다"는 우려는 안중(眼中)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대외적으로 '여건이 돼야 한다'는 전제를 유지하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랄까. 하지만 내부적으론 이미 준비에 들어갔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2007년 남북 정상회담 추진위원장을 맡아서 준비했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알찬 성과를 거둔 감격스러웠던 정상회담"이라고 평가해왔다. 야당 정치인이거나 전직 비서실장일 때는 그런 자평(自評)에 대해 누가 굳이 따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그때 준비 과정과 결과를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2006년 11월 김만복 국정원장이 취임하면서 물밑 접촉을 시작했다. 2007년 5월부터는 8월 15일 개최를 목표로 비밀리에 본격 추진됐다. 문재인 비서실장, 백종천 안보실장, 김 국정원장과 박선원 안보전략비서관 4명이 매주 목요일 만나서 상황을 점검하며 진행했다. 스스로를 '안골모임'으로 불렀다. 국정원이 있던 내곡동(內谷洞) 옛 이름에서 딴 게 아닌가 싶다. 문 비서실장이 추진위원장이었으니 좌장이었던 셈이다.

    북한에서 관계자들이 오고 남쪽에선 김 국정원장이 북에 갔다. 미국에도 접촉 과정은 막판까지 알리지 않았다. 당시 정상회담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이 안골모임에 준 기본 지침이 있었다. '정부 공식 기구를 통해 추진한다' '성과가 담보되지 않는 만남 자체를 위한 만남은 하지 않는다' '북핵 문제 가닥 전에 추진해 혼선을 빚지 않는다'는 등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 원칙들이 모두 잘 지켜졌다고 지금까지 생각하는 듯하다.

    2007년 8월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2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회 첫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세부사항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 이 회의는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했다. /조선일보 DB
    그러나 그때 회담이 제대로 준비됐고 결과도 좋았다고만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 당시 준비는 국정원이 주로 했다. 국민 상당수는 '간첩 잡는 수장이 협력 작업을 주도하는 게 맞느냐'는 인식을 갖고 있다. 두고두고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 정부는 국정원 역할을 대북 정보 수집에 한정한다고 했다. 그런 측면에서도 대북 창구로 서훈 국정원장이 또 거론되는 것은 문제다. 차라리 미국 분위기를 잘 알고 북한과의 관계에서 괜한 오해를 사지 않을 정의용 안보실장 정도가 나을지 모르겠다.

    또 '공식 기구가 추진한다'는 원칙을 지켰다는 것만 보지 말고 국민적 공감대 위에 추진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2007년 안골모임 멤버들은 10·4 정상회담 합의에 대단히 만족해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에 합의문을 받아보고 "만세삼창이라도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바깥세상에선 '일방적 퍼주기' '지나친 안보·재정 부담을 지는 합의'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서해 NLL을 공동어로수역으로 북에 열어주고, 백두산 관광을 시작하고, 북한의 항만·철도·도로 건설을 지원하고, 한강 하구를 공동 이용하는 등의 내용이 있었다. 임기가 끝난 정부였기에 그냥 넘어갔을 뿐이지 만약 실제 이행하려 했다면 하나하나가 나라를 시끄럽게 했을 합의였다. 그런데도 안골모임은 이런 내용을 정상회담 이전에 공론의 장에서 거른 적이 없다. 5년 정권이 나라 방향을 바꿀 정도 합의를 국민적 공감대 없이 물밑에서 북한과 합의하는 일을 다시 해서는 안 된다.

    근본적으로 당시 정상회담 과정과 합의가 북핵 문제에 도움이 됐는지 따져봐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에도 정상회담을 북에 제안했다. 그러나 북핵 문제가 꼬이고 핵실험까지 하면서 포기했다. 그러다가 2007년 영변 원자로 폐쇄 등으로 6자 회담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면서 정상회담을 본격 추진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북한은 핵을 전혀 포기하지 않은 상태였다. 겉으로 쇼만 하고 남북 정상회담은 시간 벌기에 이용됐을 뿐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 회견에서 "회담을 위한 회담은 목표가 될 수 없다"며 "여건이 조성되고 성과도 담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이 공동으로 선언한 한반도 비핵화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기본 입장이다.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남북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고도 했다. '안골모임-시즌2'는 이 말이 지켜지는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 어느 순간 "동결도 해결 아니냐"는 식으로 나올 생각이라면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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