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GM 군산공장 폐쇄, 제조업 한국 탈출 신호탄일 수 있다

      입력 : 2018.02.14 03:19

      4년간 3조원 가까운 거액 적자를 낸 한국GM이 한국 내 4개 공장 중 군산 공장을 오는 5월 말까지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나머지 3개 공장 운영 계획도 정부, 노조와 협상한 뒤 몇 주 안에 결정한다. 국민 세금 지원과 노조 양보가 없다면 다른 공장도 폐쇄할 수 있다는 뜻이다. GM이 철수하면 협력업체를 포함해 약 30만개 일자리가 위협받는다. 한국GM은 산업은행의 증자나 세금 감면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국민 세금을 달라는 것이다.

      한국GM의 경영난은 기본적으로 제품 경쟁력 약화 때문이다. GM은 한국 국민 세금을 요구하기 전에 경영 책임을 인정하고, 글로벌 생산물량의 한국 내 배정 확대를 포함하는 자구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경영이 어렵다고 쉽게 공장문을 닫고 고통을 한국민에게 전가해선 안 된다. 한국 내 고용을 인질로 잡고 한국민 세금을 내놓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동시에 악화된 기업환경이 GM 사태를 낳은 중요한 원인이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인건비가 세계 최고 수준인 반면 생산성은 세계 하위 수준이다. 한국GM의 1인당 연봉(2016년)은 8700만원으로, 2002년 이후 2.5배나 뛰었다. 현대차의 미국 앨라배마 공장(7700만원)보다 높고, 현대차 중국 베이징 공장(1120만원)보다는 무려 8배 많다. 그런데도 생산성은 해외 경쟁공장에 크게 못 미친다. 이런 기업이 생존하면 그건 마술이다.

      세계 최악의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생겨난 것은 한국 특유의 철밥통 노조 때문이다. 민주노총 산하 한국GM 노조는 회사가 적자를 내는데도 매년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하고 있다. 한국 철수설이 불거진 지난해에도 한국GM 노조는 17일간 부분 파업을 벌여 1만여 대 생산차질을 빚었다. 군산 공장 폐쇄가 결정된 후에도 노조 측은 투쟁을 선포했다. 이 자세로는 나머지 공장 3곳도 어떤 운명을 맞을지 알 수 없다.

      한국GM만이 아니다.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한국 자동차 산업 전체가 마찬가지다. 2016년 한국 자동차 5사의 평균 임금은 9213만원으로, 세계 1위 메이커 폴크스바겐(8040만원)이나 일본 도요타(9104만원)보다도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면 자동차 1대를 생산할 때 걸리는 시간(26.8시간)은 도요타(24.1시간), 포드(21.3시간)보다 길다. 한국 내 자동차 생산량은 2016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2.7% 감소했다. 자동차 10대 생산국 중 자국 내 생산량이 2년 연속 감소한 곳은 한국뿐이다. 올해엔 멕시코에 역전돼 7위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GM 군산 공장은 1997년 국내에 세워진 마지막 자동차 생산 공장이다. 그 이후 지난 21년 동안 국내엔 단 한 곳의 자동차 공장도 신설되지 않았다. 그사이 현대차만 해도 해외에 공장 11개를 세웠다. 한국 청년들이 누려야 할 양질의 일자리 수십만 개가 해외로 빠져나간 것이다. GM 군산 공장의 폐쇄는 제조업 한국 탈출을 알리는 신호탄일 가능성이 있다. 임금 높고 생산성 낮은 풍토에서 정부 정책마저 기업 활동에 우호적이지 않다. 현 정부 들어 더 심해지고 있다. 대기업 법인세마저 미국에 역전당하면서 제조업체들이 한국을 떠나 미국 등으로 향하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1990년대 중국행(行)에 이어 제조업의 2차 엑소더스(한국 탈출)가 시작됐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악성 노조와 우유부단한 기업·정부가 합작한 사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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