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예상한 듯 풀죽은 최순실... 비명,오열없이 시종일관 담담

입력 2018.02.13 22:08 | 수정 2018.02.13 22:10

“대통령과의 친분관계를 바탕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해… 국정질서가 큰 혼란에 빠지고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까지 초래했다.”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최순실씨가 선고 공판 이후 호송차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그 동안 법정에서 때로 소리치고, 목메어 울거나, 책상을 내리치던 최순실(62)씨는 없었다. 2016년 11월 구속 기소된지 450일만에, 114번째 재판 끝에 선고가 내려지는데도 표정 변화 하나 없었다. 굳은 표정과 달리 선고 주요 국면마다 이따금 손만 움직일 따름이었다.

13일 오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 주범으로 심판대에 선 최씨는 재판장이 주문을 읽어내려가는 내내 고개를 숙인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시선은 아래를 향했고, 눈물을 흘리거나 한숨을 내쉬지도 않았다. 마치 이날 중형이 선고될 것을 미리 예상이라도 한 듯 담담한 모습이었다.

오후 2시10분 재판장이 “피고인들은 들어와 앉으라”고 하자 최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처럼 수의(囚衣) 차림이 아닌 까만 정장에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쓰고 머리는 뒤로 묶었다. 들어올 때 방청석을 둘러보거나 취재진을 노려보지도 않았다. 옆에 앉은 이경재 변호사와 대화도 거의 나누지 않았다.

시종일관 굳은 얼굴의 최씨는 변화를 읽기 힘든 표정과는 대조적으로 손은 분주했다. 피고인석에 앉은 직후 잠시 책상 위에 가지런히 모았던 손은 이내 물을 따라 둔 종이컵을 향했다가, 책상 밑으로 내리길 거듭했다.

이날 재판부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774억원 강제모금(직권남용·강요), 딸 정유라씨에 대한 삼성 승마지원(뇌물) 등 18개 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씨에게 단 2개 혐의만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연구용역비 명목으로 7억원을 가로채려 한 혐의(사기미수), 미얀마 공적개발원조(ODA)에 참여시켜주는 대가로 주식을 챙긴 혐의(알선수재)다.

“실제 연구용역을 수행할 의사나 능력이 있었는지와 무관하게 용역비를 가로채려 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무죄.” 사기미수 혐의 관련 재판장이 이날 처음으로 그에게 “무죄”를 말하는 순간에도 최씨는 시선만 조금 아래로 떨궜을 뿐 표정변화를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두 손으로 책상 위에 놓인 종이컵을 감싸 쥐었다.

“삼성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두 차례 지원(16억2800만원)은 결국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단독면담 일정을 미리 파악한 최씨의 요청을 박 전 대통령이 전달해 이뤄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최씨의 손이 가장 바빴던 건 재판부가 삼성 관련 유무죄 판단을 전할 때였다. 최씨는 손에 쥔 볼펜으로 앞에 놓인 종이에 무언가 적어 나갔다. 재판장이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 부분 관련 유무죄 판단을 설명할 땐 잠시 손으로 얼굴을 감싸기도 했다.

2시간 넘게 이어진 유무죄 판단 설명이 끝난 뒤 재판부가 형량을 정한 이유를 전하려는 찰나 최씨는 잠시 변호인을 통해 휴식을 요청했다. 당초 재판부는 최씨에 대한 설명을 가장 먼저 할 예정이었다. 최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함께 기소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설명이 먼저 끝났다. 그 뿐이었다.

다시 자리에 돌아온 최씨는 징역 20년, 벌금 180억원, 72억9427만원 추징이 선고되는 순간에도 담담히 이를 들었다. 그는 작년 12월 결심(結審) 공판 때 검찰·특검이 징역 25년형을 구형하자 법정 옆 대기실에서 “아아아악”하며 비명을 질렀었다.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선고 이후 “우이송경(牛耳誦經·쇠귀에 경 읽기)”이라며 반발했다. 이 변호사는 “삼성 관련 박 전 대통령이나 최씨, 이 부회장 등 누구도 뇌물거래라고 진술한 적 없는데 범죄사실을 인정한 건 증거법칙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최씨 본인은 항소기간 안내를 깜빡한 재판부가 불러 잠시 다시 법정에 들렀을 뿐, 별다른 움직임 없이 다시 구치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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