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잔혹사' 형제의 난→K스포츠 후원→中 사드보복→총수구속...끝없는 시련

    입력 : 2018.02.13 20:51 | 수정 : 2018.02.14 00:10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1심 공판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되면서 롯데는 창업 51년만에 처음으로 총수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됐다.

    지난 2015년 1월 신 회장과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간 ‘형제의 난’이 시작된 후 3년여간 롯데는 끝없는 수난을 겪어왔다. 법정에선 총수 일가의 치부가 파헤쳐지고, 정부의 일방적 결정에 따라 제공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는 중국의 보복으로 되돌아와 그룹의 중국 비즈니스에 치명타를 입혔다. 재계에선 “지난 3년간 신 회장과 롯데가 겪은 일들은 한국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 얼마나 위태로운 일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격호(왼쪽부터)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연합뉴스 제공

    ◇ 형제의 난→K스포츠 후원→中 사드보복→총수구속...끝없는 시련

    긴 시련의 신호탄은 2015년 1월 시작된 ‘롯데 형제의 난’이었다. 당시 신동빈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맡고 있던 모든 직위에서 해임되며 롯데그룹 후계구도에 지각변동이 일었다. 이후 7월 신동주 전 부회장은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세워 복귀를 노렸으나 도리어 신 총괄회장마저 퇴진당했다. 이후 신격호·신동주·신동빈 3부자간 고소 고발이 오가며 형제의 난은 깊어져갔다.

    2016년 6월 검찰은 검사와 수사관 240여 명을 대거 투입해 롯데 총수 일가의 주거지와 사무실,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32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롯데 총수일가 비리’ 수사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당시 검찰은 대대적인 압수 수색을 실시하면서 “오랜 기간 내사를 진행해 왔다”고 했다.

    검찰은 9월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신격호·신동빈 등 롯데그룹 관련자 24명을 2791억원에 달하는 배임·횡령·조세포탈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한다. 이후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수사가 이어지며 신 회장은 일주일에 이틀은 법정을 오가게 됐다.

    형제의 난이 벌어지는 와중 롯데그룹과 오너 일가에 대한 국민감정은 악화되고 있었다. 사면초가에 몰린 롯데에 정권의 ‘검은 손’이 다가온 것도 이때다. 2015년 11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특허 재심사에서 탈락한다. 해를 넘겨 2016년 3월, K스포츠재단 관계자가 롯데측에 지원금을 요구하고, 곧이어 신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한 후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후원하게 된다. 신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이유다.

    롯데는 “잠실 면세점이 특허 경쟁에서 탈락해 특혜와 거리가 멀고, 서울 신규 면세점 추가 승인 가능성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신 회장의 독대 이전부터 거론돼 독대 결과라고 볼 수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원은 “신동빈 회장이 (면세점 특허 등) 롯데 현안과 관련해 대통령이 유리한 방향으로 영향력을 끼칠 기대를 품고 후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신 회장의 뇌물죄를 인정,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가 열린 1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20년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왼쪽), 징역 2년6개월 실형으로 법정구속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이 각각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또 징역 6년에 벌금 1억원을 선고받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 이날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중국 사업 타격, 지주사 전환 유보, 신시장 개척 중단... ‘신동빈의 뉴롯데’ 위기

    총수 일가 비리 수사가 계속되고, 정권의 K스포츠재단 후원 요구가 계속되던 2016년 9월 롯데는 사드 부지로 경북 성주군 초전면 성주골프장을 국방부에 제공한다.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보복 대상으로 롯데가 지목된 계기다. 이후 중국 정부는 중국 내 87개 롯데마트를 영업정지 조치했다. 이어 2017년 3월 중국인 관광객의 단체관광을 금지한 금한령(禁韓令)을 내리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면세점 업계는 긴 고통의 터널 속에 빠진다.

    롯데마트의 지난해 매출 감소폭은 1조2000억원에 달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9월 전면 철수를 선언하고 매각 작업을 진행중이지만 매수 희망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눈치를 살피고 있어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롯데면세점은 수익성 악화 속에 이날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철수를 결정했다.

    롯데그룹 지주사 전환의 마지막 단계인 호텔롯데 상장도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는 기업 상장 요건 심사 때 회사의 경영 투명성 결격 사유를 주요 평가 항목으로 본다. 호텔롯데 상장이 무산되면 지주사 체제 완성은 물론 일본 롯데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것도 여의치 않게 된다.

    롯데그룹의 신시장 개척 작업도 빨간불이 켜졌다. 롯데그룹이 현재 해외에서 추진 중인 굵직한 사업 규모만 100억달러(약 10조8000억원)가 넘는다.

    재계의 고위 관계자는 “이번 신동빈 회장의 실형 판결은 이재용 부회장의 2심 판결과 상충되는 면이 있다”며 “정권의 의지를 기업이 거스르기 힘든 현실 속에서 권력자의 피할 수 없는 요구에 응하던 롯데가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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