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킹건? 물총?... '안종범 수첩' 증거능력 논란

입력 2018.02.13 20:37 | 수정 2018.02.13 22:26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업무수첩. /조선일보DB
13일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비선(秘線)실세 최순실(62)씨의 혐의 대부분이 유죄로 인정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안종범(59)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이었다.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은 모두 63권 분량이다. 2014~2016년 청와대 경제수석·정책조정수석으로 일하며 쓴 것이다. 안 전 수석은 개인 메모는 앞에서부터, 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은 뒤에서부터 정리해 온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 때문에 그의 업무수첩은 검찰과 특검에서 ‘사초(史草)’라고 불렸다.

그러나 지난 5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 선고공판에서는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재판 직후 검찰 안팎에서는 ‘스모킹건(smoking gun, 살해 현장 용의자 총에서 피어난 연기처럼 결정적 증거)’이 ‘물총’이 됐다는 말도 나왔다.

8일만에 열린 최씨의 재판에서는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이 다시 ‘스모킹건’이 돼 돌아왔다. 최씨의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가 “업무수첩을 정황증거로 사용하는 범위 내에서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13일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조선일보DB
재판부는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이 박 전 대통령의 단독 면담에서 대통령과 개별 면담자 사이에 대화가 있었고, 그 대화내용을 추단(推斷)할 간접사실에 해당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박 전 대통령이 지시한 각종 사업의 구체적 내용이 적혀있고, 이것이 최씨의 범죄 행위를 설명하는 유력한 정황이 된다는 점도 증거능력이 있다”고 했다.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항소심 재판부와 정반대의 판단을 한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안 전 수석의 수첩에 적힌 내용이 일정이나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기재한 것은 맞지만, 이것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에서 오간 대화내용을 직접 증명하는 자료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증거능력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수첩이 간접 증거로 사용될 경우 우회적으로 진실성을 증명하는 것이 된다”고 했었다.

최씨나 박 전 대통령의 혐의 내용과 이 부회장의 혐의 내용은 동전의 양면이다. 안 전 수석 수첩의 증거능력이 재판마다 바뀌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첩의 주인인 안 전 수석은 이날 징역 6년에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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