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전 대통령도 1심 중형 나오나... 崔 재판서 사실상 '주범' 재확인

입력 2018.02.13 20:20 | 수정 2018.02.14 09:55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조선DB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최순실(62)씨의 1심 재판 결과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를 이번 사건의 주범(主犯)이라고 못박았다. 재판부는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등 최씨가 받는 18개 범죄 혐의 가운데 국회 불출석과 증거인멸 교사 등 개인 범죄 5가지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저지른 범죄라고 판단했다.

최씨의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13일 선고 공판에서 최씨에 대해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원, 추징금 72억9427만원을 선고했다.

김세윤 재판장은 “최씨로 인해 국정질서가 큰 혼란에 빠졌고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인 대통령 파면도 있었다”면서 “헌법상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이 위임한 권력과 지위를 사인(私人)에게 나눠준 대통령과 사익을 추구한 최씨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김 재판장은 또 “국정 혼란과 국민들의 실망감에 비춰볼 때 죄책이 대단히 무거움에도 최씨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그 책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단순 뇌물, 제3자 뇌물 모두 유죄
이날 재판에서 최씨에게 중형이 선고된 핵심 범죄 혐의는 뇌물이다. 검찰과 특검은 최씨가 삼성으로부터 딸 정유라씨의 승마지원을 위해 받거나 약속한 213억원은 단순 뇌물죄로,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2000만원은 제3자 뇌물죄로 기소했다. 또 최씨가 롯데와 SK로부터 K스포츠재단 추가 출연금 159억원을 받거나 요구한 것도 제3자 뇌물죄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서 약속한 금액 등 일부를 제외했지만 최씨의 뇌물 혐의는 단순 뇌물, 제3자 뇌물 모두를 유죄로 판단했다. 삼성의 경우 앞서 뇌물공여 여부를 다툰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서는 삼성 측이 최씨의 독일 회사로 보낸 36억원만 뇌물로 인정했지만, 이날 재판에서는 삼성 측 소유로 돼 있던 말과 차량 등 36억원 상당도 정씨가 이용했기 때문에 사실상 뇌물이라며 총 72억9000여만원을 모두 인정했다. 롯데로부터 받았다가 돌려준 70억원과 요구만 했던 SK의 89억원도 모두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공무원이 아닌 최씨에게 뇌물죄를 인정한 것은 결국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이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았다고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법원 관계자는 “최씨에게 인정된 뇌물은 공모 여부와 대가성 여부, 누구를 통해 받았느냐 등만 따졌을 뿐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이 받은 뇌물로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혼자 저지른 범죄는 무죄
최씨가 이날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2가지 혐의는 모두 박 전 대통령 모르게 혼자 저지른 개인 범죄였다.

검찰과 특검은 최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스포츠마케팅 회사인 더블루K를 통해 K스포츠재단에 연구용역 사업 2건을 받아 7억1340만원을 가로채려고 했다며 사기미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최씨가 돈을 가로채기 위해 이 같은 사업을 따내려고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또 최씨가 미얀마 한인 타운 등을 조성하는데 대통령 지원을 약속하며 현지 법인의 지분을 조카 장시호씨 이름으로 받았다는 검찰의 알선수재 주장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워 개인적으로 저지른 일로 본 것이다.

박 전 대통령과 공모없이 최씨가 개인적으로 저지른 증거인멸 교사, 국회 청문회 불출석 등은 이날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기업들에 출연이나 지원, 스포츠팀 창단 등을 요구한 경우에 대해서는 두 사람을 뇌물, 직권남용, 강요 등의 공동정범으로 인정했다. 특히 최씨가 차은택과 짜고 광고회사인 포레카 지분을 뺏으려고 했다는 강요미수 혐의에 대해선 재판부는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공범에 포함시키지 않았는데도 그를 공범으로 인정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재판 과정에서 “문화·체육 융성이나 중소기업 규제완화 등 정책적 관점에서 기업들에 지원을 요청한 것일 뿐 최씨의 이익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용 항소심 이어 또 朴이 주범
이날 최씨의 재판결과를 보면 이르면 다음달 선고가 내려질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는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공범관계는 꾸준히 인정되고 있다”면서 “이럴 경우 결국 박 전 대통령이 받는 혐의도 대부분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고, 중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지난 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이번 판결과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은 대통령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사인에게 나눠준 박 전 대통령과 그 위세를 등에 업고 사익(私益)을 추구한 최순실씨로 봐야 한다”며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채 수동적으로 뇌물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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