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수첩, 왜 이재용재판과 최순실재판서 판단이 다르냐"

입력 2018.02.13 18:55

법원 밖 시위대 “이현령비현령 재판이다”
일부 시민들 “나라를 뒤집었는데 20년이 맞다”
법조인 “예상보다 중형...안종범 비중 크게 봤다”

13일 오후 4시 25분 서울 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 안. 재판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秘線) 실세’ 최순실(62)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는 판결문을 읽자 방청석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이따위로 (취급)하고 너네들이 무사할 것 같으냐”는 고함이 터져나왔다. 그가 바깥으로 끌려나갈 때까지 법정은 소란스러웠다.

최씨는 이날 18개 범죄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섰다. 서울중앙지법은 최씨에 대해 징역 20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검찰이 추산한 최순실이 수수한 뇌물액은 72억9000만원이었다.

13일 오후 최순실(62)씨가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 추징금 72억9000여만원을 선고받고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성형주 기자
이날 두시간에 걸친 재판을 지켜본 방청객 일부는 “판사가 제시한 증거는 전혀 인정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재판 방청석에 앉아 있던 박모(여·57)씨는 “재판부는 ‘정황상 그런 것 같다’는 식으로 두루뭉술 판결을 때렸다”며 “본 사람, 육하원칙, 구체적인 내용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 재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판사가 문재인 정권 눈치보면서 인민재판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방청객 이지나씨는 “재판부가 검찰 주장을 거의 100% 받아들였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미쳤다고 자기 자리를 걸고 친구한테 국정을 논하겠느냐. 최순실씨의 독일 법인은 페이퍼 컴퍼니가 아니라 실제로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는 멀쩡한 회사였는데 왜 그런 것은 하나도 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 판결 때와 다른 재판부의 증거 해석도 방청객의 관심 대상이 됐다.
전남대 로스쿨 졸업을 앞두고 ‘학문적 접근’을 위해 이날 방청을 신청한 강현구(28)씨는 “이 부회장 재판 때는 말 소유권이 실질적으로 삼성에게 있는 것이지 최순실 모녀에게 넘긴게 아니라고 했는데, 이번 재판에서는 최씨에게 건넨 뇌물로 판단됐다”며 “같은 정황을 두고 다른 판단이 내려진 점에 대해 법원 판단이 서로 모순 된다고 생각해 법학도로서 눈길이 갔다”고 했다.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판결을 지켜본 대학생 김민수(28)씨도 이날 재판에서 안종범 수첩이 이재용 부회장 재판 때와는 다르게 증거로 채택된 것에 주목했다. 김씨는 “안종범의 수첩이 간접 증거로 채택됐는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며 “증거로 제출된 수첩은 같은 것인데 어떤 재판에서는 증거고, 다른 재판에서는 증거가 아니라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 결과에 대해선 “사회적인 관점에서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경각심을 줄 수 있어서 중형이 내려진 것은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세윤 부장판사가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언급할 때면, 박 전대통령 지지자로 보이는 방청객들은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다. 재판부는 특검이 최씨의 단독범행으로 보고 기소한 ‘더블루케이 연구용역비 사기 미수’ ‘미얀마 케이타운 프로젝트 알선 수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날 재판 방청석 응모에 떨어진 이들은 서울중앙지법 1층 로비에 설치된 TV 앞에서 재판 생중계를 시청했다. TV 생중계에서 ‘안종범 수첩, 간접사실 증거로 증거능력 있어’ ‘최순실·안종범 박근혜와 재단출연 직권남용·강요’ ‘박근혜·최순실 공모해 SK에 제3자 뇌물’ 라는 재판 속보가 뜰 때마다 고함이 터져나왔다.
이들은 “재판이 동네 애들 장난이냐” “자기 생각 끄적인 게 왜 증거능력이 되느냐”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며 1심 판결에 비난을 쏟아냈다. TV 앞에서 생중계를 시청한 김경옥(70)씨는 “판사가 정말 판결문을 읽는 게 맞냐, 믿을 수 없다”는 말은 연발했다.

판결이 ‘적절하다’는 쪽도 많았다. 회사원 이필재(29)씨는 “일단 국정 농단 혐의를 받고 있는 최순실은 중형이 선고돼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학원생 문찬성(27)씨는 “최순실에게 중형을 내리는 것뿐 아니라 이번 정부가 앞으로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세웠으면 한다”고 했다.
손모(여·51)씨는 “이번에 징역 20년을 때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사형이 잘 이뤄지지 않는 한국인데, 이런 사건에 대해 형량은 당연히 높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씨에 선고된 징역 20년 형량이 높다는 법조계 의견도 있었다. 강신업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는 “징역 15년 정도로 예상했던 것보다 중형이 나왔다”며 “이는 재판부가 국정농단에 철퇴를 내리려는 의지가 확실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선고는 재판부가 최순실뿐만 아니라 안종법도 단순 조력자 역할이 아닌 사건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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