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이념, 탈지역 내세운 바른미래당 출범..."당 미래는 불투명"

    입력 : 2018.02.13 15:57 | 수정 : 2018.02.13 18:37

    바른미래당이 13일 30석의 원내 3당으로 닻을 올렸다. 신당(新黨)은 출범부터 정치 실험을 시도했다. 유승민(대구)·박주선(광주) 두 공동 대표를 내세워 영호남 지역주의 타파의 깃발을 올렸고, 한미 동맹과 대북 외교 압박을 강조하면서 인도적 지원의 길도 여는 안보관을 마련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시장 경제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경제를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새로운 정치 실험이 기대된다”는 반응이 나왔지만, 또 한편으론 “현실 정치의 벽에 부딪혀 지방선거 이후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출범식에서 통합추진위원회 안철수(오른쪽), 유승민 공동대표가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뉴시스
    ◇국민·바른 계열 1대1 지분으로 출범

    양 당의 통합을 위해 앞장섰던 유승민 대표는 이날 통합 인사말에서 “공동대표로서 박주선 대표와 함께 6·13 지방선거를 책임지고 치르겠다”며 “지금부터 인재를 발굴하고 좋은 후보를 내는 일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당초 유 대표와 공동 대표로 거론됐던 안철수 전 대표는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호남과 영남 진보 보수를 넘어 국민으로 다시 하나가 됐다”며 “정치보복으로 나뉘어 싸움만 하는 게 121석 여당과 117석 제1야당의 현주소이며, 이런 정당들은 당장 심판해야 한다”고 했다. 통합당의 두 최대 주주가 지방선거 배수진을 치며 신당 창당의 각오를 다진 것이다.

    원내대표는 국민의당 원내대표 출신의 김동철 의원, 정책위의장은 바른정당 출신 지상욱 의원이 맡기로 했다. 최고위원은 옛 국민의당·바른정당 출신의 정운천·하태경·김중로·권은희 의원이 각각 두명씩 임명됐다. 사무총장과 사무부총장도 각각 양당 계열 인사가 나눠 가졌다. 표면적으로는 국민의당·바른정당 계열이 1대1 지분으로 결합한 셈이다.

    합당 직전까지 이견(異見)을 보였던 정강·정책에서는 ‘진보, 중도, 보수’라는 이념적인 표현을 배제하기로 했다. 양당 관계자들은 “기존의 이념 중심 정당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진보, 중도, 보수라는 표현은 빼고 대신 탈이념, 탈지역, 탈계층, 탈과거를 통해 미래 정당으로 간다는 정신을 강령에 포함시켰다”고 했다. 바른미래당은 정강정책에서 “부패한 기득권 보수와 무책임하고 위험한 진보의 극단적 대립으로 민생은 외면당하고, 우리 정치는 진영의 논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분열된 낡은 정치로는 대한민국이 앞으로 힘차게 나아갈 수 없고, 나라의 운명이 위험에 처하며 국민이 고통을 받게 된다”고 했다.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출범식에서 신당 지도부가 당기(黨旗)를 흔들고 있다/연합뉴스
    ◇덮고 지나간 정체성 문제…분열의 씨앗 되나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바른미래당의 미래가 밝은 것은 아니다”는 얘기가 적잖이 나왔다. 한 야권 관계자는 “바른미래당은 말로는 영호남 통합과 탈이념을 내세우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제대로 된 지역 기반이 없고 정당을 결속하게 하는 이념적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말”이라며 “지방선거를 앞둔 합당에 서두른 나머지 이런 부분을 덮고 성급히 닻을 올렸다”고 했다.

    실제로 두 공동대표는 각각 대구·광주 출신이지만, 두 곳 모두에서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은 2위 수준이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영호남의 유권자가 기존 양당의 대안이 아닌, 차선책으로서 바른미래당을 바라보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옛 국민의당이 주장해온 ‘햇볕정책 계승’등의 대북 관련 사안이나, 양당 간 이견을 보였던 정강 정책에서의 ‘중도’ ‘보수’ 등 표현도 내분의 불씨가 될 수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비슷한 성향의 당원들이 모여 있어도 의견이 다양한데 하물며 이질적인 사람들이 모인 바른미래당은 사안마다 당내 갈등이 첨예하게 분출될 것”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의 미래에 대한 여론조사는 엇갈린다. 이달 초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는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은 16%로 더불어민주당 40%에 이어 2위였다. 제1야당인 한국당(10%)보다 6%포인트 지지율이 높았다. 반면 리얼미터의 5~9일 조사에서는 당 지지율이 11%로 한국당 19.1%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 관계자는 “결국 차별화된 정책·인물로 지지율을 끌어올려 지방선거에서 존재감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며 “한국당을 뛰어넘는 2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면 선거 이후 바른정당 계열은 한국당으로, 국민의당 계열은 민주당·민평당으로 사분오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