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빠 육아'로 바꿨더니… 아이 웃음 두배로 늘었죠

    입력 : 2018.02.13 03:35 | 수정 : 2018.02.13 03:36

    [아이가 행복입니다] [제1부-한국인의 출산 보고서] [6·끝] '독박 육아'보다 행복도 더 높아져

    남편들 육아·가사 참여시키려면 청소기 같은 작은 일부터 주고 서툴더라도 칭찬해주면 효과적
    한국 남성의 가사 분담률 16.5%… OECD 평균 33.6% 밑돌며 꼴찌

    인천에 사는 김태규(34)씨는 언어 발달이 늦은 아이들을 상담하는 언어치료사다. 직장 생활을 하느라 아이와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들에게 "아이를 자주 안아주고 밥도 같이 먹어라"고 조언하는 게 그의 일이다. 하지만 정작 김씨 자신은 머리와 몸이 따로 놀았다. "첫째가 태어난 2014년까지만 해도 '나는 밖에서 일했으니 집에 오면 쉬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다"고 한다.

    독박 육아에서 '엄빠'육아로

    그러다 보니 유난히 낯가림이 심한 딸 꽃송이(4)가 어느새 아빠가 쳐다보기만 해도 싫어하고 엄마한테만 안기려고 했다. 남편과 직업이 같은 아내 이한나(35)씨는 "아빠랑 단둘이 있으면 울고불고하는 바람에 샤워도 맘 놓고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김씨는 먼저 아이와 가까워지기로 결심했다.

    인천 서구의 김태규(34)씨 집 거실에서 김씨가 딸 꽃송이(4)와 눈높이를 맞춰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다.
    육아 분담하니 부부사이도 덩달아 좋아졌죠 - 인천 서구의 김태규(34)씨 집 거실에서 김씨가 딸 꽃송이(4)와 눈높이를 맞춰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다. 김씨 부부는 한때 아내의‘독박 육아’(육아를 혼자 책임지는 것)로 인해 갈등을 겪기도 했지만 김씨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 이후 관계가 좋아졌다고 한다. 작년에 둘째가 태어난 이후에는 첫째는 아빠가, 둘째는 엄마가 담당하는 식으로 육아를 분담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첫 단계는 관심 끌기였다. 김씨는 일부러 과장된 목소리로 아이 책을 소리 내 읽었다. 처음엔 눈길조차 안 주던 딸이 호기심이 동했는지 주변을 기웃대더니 옆에 와서 놀기 시작했다. 김씨는 "아이와 '놀아준다'고 생각하면 금세 지치더라"며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를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엄마의 '독박 육아'가 부부가 함께 나누는 '엄빠 육아'로 바뀌면서 부부 관계도 좋아졌다. 작년 12월 둘째가 태어난 뒤에는 엄마 손을 많이 필요로 하는 둘째는 아내가 맡고, 첫째는 남편이 사실상 전담하고 있다. 둘째 이유식은 김씨가 준비한다. 김씨는 "보통 퇴근길에 이유식 재료를 사서 자기 전에 손질해놓고, 다음 날 아침에 세 끼분을 만들어놓고 출근한다"고 했다. 일상적인 요리는 아내, 청소와 설거지는 김씨 몫이다. 아내 이씨는 "남편이 육아에 참여하고 나니 집안에 아이 웃음소리가 갑절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한국 가사 분담률 OECD 최하위

    본지가 결혼·육아 세대(25~45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도 김태규·이한나씨 부부처럼 반반씩 육아 역할을 분담할 때의 '육아 행복도'가 가장 높았다. 아이 양육에 대해 '매우 행복하다'고 답한 비중은 반반씩 역할을 분담한 부부의 경우 64%로 가장 높았다. 아내나 남편 어느 한 쪽이 주도하는 부부는 56%가 '매우 행복하다'고 답했다. 송다영 인천대 교수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크게 늘었지만 여성이 육아와 가사 대부분을 담당하는 풍토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면서 "육아는 부부 공동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가정의 현실은 육아 행복도가 높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노동패널 조사를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 남성의 가사 분담률은 16.5%로 조사 대상 OECD 26개국 평균(33.6%)을 훨씬 밑돌면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슬람권인 터키(23.6%)와 이웃 일본(17.1%)도 우리보다 높았다.

    "아빠도 육아 잘할 수 있다"

    13개월 딸아이를 키우는 정모(30)씨는 "육아가 힘들긴 하지만 부부가 같이 고생하며 키우겠다는 마음가짐이면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정씨는 "남편이 처음엔 육아나 가사에 서툴러도 화내거나 포기하지 말고, 잘한다고 칭찬해주라"며 "주변에 우리 남편은 육달(육아의 달인)이라고 얘기하면서 북돋아줬더니 지금은 정말 프로가 됐다"고 덧붙였다.

    '아빠, 퇴사하고 육아해요'의 저자 노승후씨는 "남편은 마음속으론 아내와 함께하고 싶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서툴더라도 남편에게 기회를 주고 육아·가사에 참여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청소나 아이 목욕 같은 사소한 역할을 하나씩 주면서 육아에 참여하다 보면 남편도 아내가 얼마나 힘든 일을 하는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좋은아빠육아연구소의 양현진 대표는 "남편 입장에선 육아를 노동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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