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바람'에 선수 20여명 꽈당, 꽈당… 일부 종목 중단·연기

입력 2018.02.13 03:05

영하 10도 초속 4~5m 칼바람에 스노보드 女슬로프스타일 결선 25명 중 4명만 6번구역 제대로 통과

알파인스키 女대회전 15일로 연기
女스키점프 노멀힐은 한때 중단

12일 평창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슬로프스타일 경기 결선이 치러진 보광 휘닉스 스노파크.

오전에 열린 1차 레이스에서 체코의 사르카 판코초바가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 첫 관문을 무난하게 통과하는 듯했으나 스피드가 붙으면서 점점 흔들렸다. 결국 가장 높게 하늘로 치솟아 다양한 연기를 펼치는 마지막 6번 구역을 앞에 두곤 바닥에 넘어졌다. 이어 나선 프랑스의 루실 르페브르는 아예 초반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이다 5, 6번 구역에서 제대로 연기를 하지 못한 채 피니시라인으로 들어왔다.

눈보라 몰아친 알파인 경기장
눈보라 몰아친 알파인 경기장 - 12일 용평 알파인경기장에서 경기 관계자들이 스키 기문을 정리하고 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보라가 심했다. 이날 초속 4~5m의 강풍이 불면서 알파인 스키 여자 대회전은 15일 오후 9시 30분으로 연기됐다. 11일에도 정선 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남자 활강 경기가 강풍으로 연기됐다. /뉴시스
이렇게 출전 선수 25명 중 21명이 1·2차 레이스 중 맨 마지막 관문인 6번째 구역에서 한 번 이상 0.1점을 받았다. 슬로프스타일에서 0.1점의 의미는 해야 할 연기를 펼치지 못하거나 통과해야 할 구역 옆으로 비켜 가는 '실격성 점수'를 뜻한다. 세계 최정상급인 아나 가서(오스트리아)까지 마지막 순간에 흔들리며 연기를 소화하지 못했다. 1차 레이스에서 60점 이상을 받은 선수는 4명에 불과했고, 2차 레이스에서도 4명만 60점 이상을 받았다. 이날 83.00점을 얻어 금메달을 목에 건 미국의 제이미 앤더슨도 2차 레이스에선 중간에 균형을 잃는 바람에 5, 6관문에선 연기를 하지 못하고 그냥 통과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평창의 칼바람 소리와 함께 선수들이 넘어지며 내는 "쿵" "꽈당" 소리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슬로프스타일은 높은 지점에서 스노보드를 타고 활강으로 내려오다 곳곳에 마련된 시설물을 이용해 각종 연기를 펼치는 종목이다. '곡예'를 펼치려면 스피드가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스타트와 피니시 지점의 표고 차가 있어야 한다. 휘닉스 스노파크 슬로프스타일 경기장 표고 차는 163m였다.

(왼쪽 사진)강풍에 엉덩방아 (오른쪽 사진)수염엔 고드름
(왼쪽 사진)강풍에 엉덩방아 - 12일 스위스 카를라 소마이니가 스노보드 여자 슬로프스타일 결선에서 연기 도중 넘어지고 있다. (오른쪽 사진)수염엔 고드름 - 11일 바이애슬론 남자 10㎞ 스프린트 경기에서 역주하는 한국 대표팀 티모페이 랍신. 수염에 고드름이 맺혀 있다. /AP 연합뉴스·뉴시스
이날 기온은 섭씨 영하 10도, 체감온도는 영하 20도에 가까웠다. 선수들 경기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초속 4~5m의 강풍이었다. 고도 856m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던 선수들의 얼굴에도 불안한 표정이 어려 있었다. 거센 바람은 슬로프스타일엔 치명적이다. 공중으로 날아오르다 세찬 바람에 부딪히면 균형을 잃기 쉽다. 몸무게가 가벼운 여자 선수들이 더욱 바람에 민감하다.

당초 11일 오후 열릴 예정이던 경기는 바람 때문에 12일 오전으로 미뤄졌고, 이날도 바람이 잦아들지 않아 경기가 한 시간 넘게 지연됐다. 결국 강풍 속에서 경기를 강행했지만 스노보드의 최정상급 스타들이 바람을 견뎌내지 못하고 수없이 넘어졌다. 선수들은 모험 대신 안정적인 연기를 택했다. 이날 우승자 제이미 앤더슨이 기록한 83점은 러시아 소치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점수(87.25점)에도 못 미쳤다. 영국 BBC의 해설가 에드 리는 "누가 가장 잘 뛰었는지가 아니라 누가 살아남는지가 중요했다"고 했다. 동메달을 따낸 핀란드의 엔니 루카야르비는 "레이스를 하면서 선수들이 어떤 바람을 탔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며 "내가 메달을 딴 것보다 아무도 크게 다치지 않은 사실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br>올림픽에 몰아닥친 평창의 '황태 바람'은 다른 경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11일 남자 활강이 연기된 데 이어 미국 스키 스타 미카엘라 시프린(미국)이 올림픽 첫 금메달에 도전하는 알파인스키 여자 대회전(용평 알파인센터)도 15일 오전으로 연기됐다. 여자 스키점프 노멀힐 경기도 1차레이스를 진행하다 바람 때문에 잠시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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