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정복 못한 단 하나, 500m 金… 유일한 희망은 최민정

입력 2018.02.13 03:03

여자 쇼트트랙 세계최강 한국이 금메달 딴 적 없는 유일한 종목
오늘 밤 메달 색깔 판가름

한국은 서양보다 근력이 부족
최, 체중 5㎏ 늘리고 주법 바꿔… 500m 우승 땐 평창 4관왕 가능

여섯 살짜리 꼬마는 언니와 함께 참가한 겨울방학 캠프에서 처음 탄 스케이트에 푹 빠졌다. 막 쇼트트랙 선수 생활을 시작한 초등학교 1학년 때는 대회 출전 당일 엄마와 함께 차를 타고 경기장으로 가던 도중 교통사고가 나자 홀로 다른 차를 얻어 타고 대회에 나가 기어코 1등을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전국소년동계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4년 태극 마크를 처음 단 뒤 2015년부터 2회 연속 세계선수권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최민정이 지난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예선에서 전력 질주하고 있다.
500m 예선은 가뿐하게 통과 - 최민정이 지난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예선에서 전력 질주하고 있다. 최민정은 13일 한국 선수 중엔 유일하게 이 종목 금메달에 도전한다. /연합뉴스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우리나라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가운데 심석희(21)와 함께 '쌍두마차'로 불리는 최민정(20) 얘기다. 최민정은 올림픽 데뷔 무대인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역대 '쇼트트랙 전설'이라 불리던 이들조차 달성하지 못한 새로운 역사에 도전한다. 쇼트트랙 전 종목(500m, 1000m, 1500m, 3000m계주) 싹쓸이 금메달에 도전하는 것이다. 최민정이 초등학교 때 나갔던 한 대회에서 직접 금메달을 목에 걸어준 안현수(33·러시아 귀화)와 그가 롤모델이라고 밝히는 진선유(30)도 끝내 이루지 못한 성과다. 안현수와 진선유는 2006 토리노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13일 오후 7시부터 준준결승, 준결승, 결승까지 진행되는 500m에서 금메달을 따면 최민정은 사실상 4관왕 달성의 9부 능선을 넘게 된다. 여자 500m는 세계 여자 쇼트트랙을 지배해온 한국이 한 번도 정복하지 못한 고지다. 2006 토리노 3관왕 진선유가 놓친 종목도 500m였다. 1992 알베르빌 대회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여자 500m에서 우리나라의 최고 성적은 1998 나가노 대회 전이경과 2014 소치 대회 박승희의 동메달이다.

초등학생 때 안현수와 함께 최민정은 지난 5일 선수촌에 입촌하면서 전관왕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위).
초등학생 때 안현수와 함께 최민정은 지난 5일 선수촌에 입촌하면서 전관왕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위). 초등학교 때 1위를 한 뒤 시상자로 나선 안현수와 포즈를 취한 모습(아래 오른쪽). /오종찬 기자·대한빙상경기연맹
40여초 만에 끝나는 500m의 관건은 빠른 스타트와 치열한 몸싸움이다. 이 종목 강자로 꼽히는 엘리스 크리스티(영국)는 "한국 선수들이 500m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는 건 서양 선수들보다 근력이 달리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최민정은 500m 금메달을 따내기 위해 2016년부터 특별 훈련을 해 왔다. 하루 2~3시간씩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달리면서 2년 사이 체중을 5㎏ 늘렸다. 땅 위에선 육상 선수처럼 출발 훈련을 했고, 하루 300바퀴씩 아이스링크를 돌았다.

최민정은 "1년 사이에 주법도 바뀌고 체격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지난 10일 열린 여자 3000m 계주에서도 입증됐다. 2번 주자이던 최민정은 3번 주자 이유빈(17)이 넘어지자 순식간에 '터치'를 한 뒤 마치 '터보 엔진'을 단 듯 질주했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숨을 헐떡일 정도로 1인분 이상의 역할을 해낸 그의 모습에 "역시 클래스가 다르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AFP·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등 세계 주요 언론은 최민정이 4관왕을 달성할 거라고 전망하고 있다. 최민정이 현재 1000m, 1500m뿐 아니라 500m에서도 세계 랭킹 1위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쇼트트랙 전설 가운데 한 명인 전이경 싱가포르 대표팀 감독은 최민정에 대해 "나무랄 데가 없다. 여자 선수들 중에선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것"이라며 "진선유와 비교해도 낫다"고 평가했다.

빙상계에선 "걱정되는 건 최민정의 실력이 아니라 다른 국가의 물귀신식 팀 스케이팅"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번 평창올림픽 여자 500m 예선을 통과한 건 한국팀에서 최민정뿐이다. 지난해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500m 준결승에서 최민정은 중국의 노골적 견제에 당해 결승 진출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최민정은 결전을 하루 앞둔 12일 남자 선수들과 실전 훈련을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여러 상황에 맞춰 레이스를 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경쟁자는 저 자신뿐입니다."


<strong>☞팀 스케이팅(team skating)

스케이트 종목에서 같은 팀 두 명 이상의 선수가 소속 국가에 유리한 결과를 내려고 협력하는 비신사적 경기 방식. 다른 팀 우승 후보를 경기 내내 견제해 같은 국가 선수가 우승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대표적이다. 때로 실격을 감수하고 손이나 몸을 써 방해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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