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듯 훈련… 메드베데바가 하면 나도 똑같이 해내"

입력 2018.02.13 03:11

['빨간 요정' 자기토바 인터뷰]

"메드베데바의 유일한 라이벌? 내가 할 수 있는 걸 할 뿐이죠… 엑소 좋아하지만 광팬은 아냐
어려운 3회전 점프 계속하니까 팬들이 신기해하는 것 같아요"

알리나 자기토바(16·러시아)는 까만 니트, 까만 마스크를 하고 휴대전화 인스타그램을 들여다보며 깔깔 웃고 있었다. 다름 아닌 팀 동료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9)의 인스타그램이었다. "뭘 그렇게 보느냐"고 묻자 그는 "원래 메드베데바와 나는 인스타그램으로 계속 소통한다"며 화면을 감췄다.

올해 1월 유럽선수권에서 절대 강자 메드베데바를 누르고 우승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자기토바를 인천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평소 취재진에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 그는 평창올림픽 수호랑 인형을 건네자 "하라쇼(좋아요)"라고 소리를 질렀다.

(왼쪽 사진)자기토바의 올블랙 공항패션 (오른쪽 사진)꼬마아이와 한컷
(왼쪽 사진)자기토바의 올블랙 공항패션 - 지난 10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알리나 자기토바가 검은색 마스크를 쓴 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오른쪽 사진)꼬마아이와 한컷 - 인천공항에서 한국 팬의 기념사진 촬영 요청에 여자 아이를 안고 포즈를 취한 자기토바의 모습. /박상훈 기자
그에게 최고 라이벌 메드베데바와의 라이벌 대결에 대해 물었다. "우리는 동료이며 떼려고 해도 뗄 수 없는 사이"라고 하더니 "우리에게 훈련은 게임과 같다. 메드베데바가 3연속 3회전 점프를 하면 나도 똑같은 것을 해낸다"고 했다. 그가 올해 메드베데바의 11회 연속 우승 기록을 중단시키고 세계선수권 정상에 올랐을 때 사람들은 놀랐다. 그는 "메드베데바가 부상이라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도 "나도 지금 시니어 데뷔 시즌에서 5연승을 질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메달 전망을 묻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할 뿐 누구도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한국에 처음 와 본다"면서도 한국을 꽤 알고 있었다. K팝 엑소 팬인 메드베데바의 영향인 것 같았다. 자기토바는 "나도 엑소를 좋아하지만 (메드베데바 같은) 광팬은 아니다"고 했다.

10일 입국한 자기토바는 12일 강릉에서 열린 피겨 단체전 여자 프리스케이팅에서 158.08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종전 최고 기록(157.97)을 경신했다. 전날엔 메드베데바가 단체전 쇼트 프로그램에서 세계 최고 기록(81.06)을 세웠다. 평창을 빛낼 둘의 대결은 단체전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OAR(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자격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알리나 자기토바가 12일 열린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여자 프리스케이팅에서 발레‘돈키호테’의 음악에 맞춰 연기하고 있다.
자기 최고기록 경신하며 단체전 싱글 1위 - ‘OAR(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자격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알리나 자기토바가 12일 열린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여자 프리스케이팅에서 발레‘돈키호테’의 음악에 맞춰 연기하고 있다. 4분간 강릉 아이스아레나의 은반을 수놓은 자기토바는 자신의 개인 최고 점수(158.08점)를 기록하며 1위를 했다. OAR은 단체전 8개 종목 종합 순위 점수에서 66점을 얻어 캐나다(73점)에 이어 은메달을 땄다. /AFP 연합뉴스
동계올림픽의 꽃 여자 피겨 싱글은 곧 라이벌전의 역사였다. '피습 사건'으로 번졌던 토냐 하딩과 낸시 캐리건(이상 미국)의 대결, 나가노올림픽을 장식한 타라 리핀스키와 미셸 콴(이상 미국)의 대결, 피겨의 중심을 아시아로 옮겨온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일본)의 대결이 그랬다. 이번 평창올림픽에선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와 알리나 자기토바가 그 맥을 잇게 된다. 평창 은반은 두 스타가 만든 여자 피겨계의 새 판을 인증하는 무대인 셈이다. 평창올림픽 전체를 두고 봐도 가장 흥미로운 매치이자 흥행 카드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0일 인천공항에서 만난 자기토바는 입국장을 나서면서는 갑갑했는지 윗옷을 벗었다. 까만색 니트와 까만색 마스크 차림이었다.

―마스크를 썼는데, 혹시 감기라도?

"그렇지 않다. 건강은 전혀 문제없다. 다만 낯선 환경에 가면 건강을 가장 신경 써야 한다. 더구나 올림픽이 코앞 아닌가. 현지의 공기와 추위가 익숙할 때까지 (마스크 차림을) 한다."

―이미 팀이벤트 경기가 진행됐는데도 혼자 왔다. 왜 메드베데바와 같이 오지 않았나.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나는 여자 싱글 프리에 출전하기 때문에 쇼트에 출전한 메드베데바보다 하루 늦게 왔을 뿐이다."

지난 10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자기토바.
지난 10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자기토바. /박상훈 기자
―프리스케이팅이 더 편한가.

"난 쇼트프로그램보다 프리 프로그램이 좋다. 정해진 점프를 소화하는 싱글은 좀 부담스럽다. 프리는 마음껏 빙판에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게 편하다."

―당신에겐 마트료시카(열면 열수록 작은 인형이 계속 나오는 러시아 전통 목각 인형)라는 별명이 있다.

"글쎄… 어려운 동작인 점프를 계속하니까 그런 걸까? 사람들이 신비롭다는 의미에서 그런 별명을 붙여준 것 같다."

그는 한국이 첫 방문이라고 했다. 그래도 "낯설다기보다는 올림픽이라는 설렘만 가득하다"고 했다.

―시간이 나면 뭘 하나.

"나도 한국의 K팝을 좋아한다. 하지만 메드베데바만큼은 아니다(웃음). 보통 때는 휴대폰 놀이를 한다. 봐라."(그는 자기의 휴대폰 화면을 보여줬다.)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메드베데바가 달려와 포옹했다. 그 장면이 러시아에서 화제가 됐다.

"메드베데바가 먼저 달려왔다. 선배의 포옹에 너무 감사했다. 우승 후 우리가 포옹한 장면이 러시아 팬들을 울컥하게 만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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