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몸풀듯 뛰었는데 저만 90점 넘었네요

    입력 : 2018.02.13 03:14 | 수정 : 2018.02.14 10:58

    ['필살기' 빼고도… 8점차로 여유있게 2위 따돌려]

    한국계 천재 스노보더 클로이 김, 예선서 압도적 1위… 오늘 결선
    "한때 새벽 4시부터 밤 11시까지 2년간 미션 수행하듯 훈련했죠"
    아버지 "우리 딸이 용띠예요, 평창올림픽 '용'이 될 겁니다"

    "고! 클로이(Go! Chloe)." "언니 멋져요!"

    12일 평창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경기가 열린 휘닉스 스노 경기장. 우주복 모양의 미국 스노보드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노란 머리의 여자 선수가 출발선에 나타나자 장내가 소란해졌다. 영어와 한국어로 된 응원 소리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그가 보드를 움직이자 숨죽인 듯 조용해졌던 장내는 이내 "와" 하는 탄성이 나온 뒤 열광의 현장이 됐다. '천재 소녀' 클로이 김(18)이 완벽한 연기로 진가를 드러내 보인 순간이었다.

    미국의 클로이 김이 12일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결승 진출을 확정 지은 뒤 카메라를 향해 혀를 내밀어 보이고 있다.
    미국의 클로이 김이 12일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결승 진출을 확정 지은 뒤 카메라를 향해 혀를 내밀어 보이고 있다. ‘100점 만점’을 기록한 적도 있는 클로이 김은 이날 예선에서 경쟁자들보다 한차원 높은 기량을 뽐내며 95.50점을 받아 1위를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클로이 김은 이날 하프파이프 여자 예선에서 95.50점을 받는 압도적 실력으로 결선에 진출했다. 하프파이프는 원통을 반으로 잘라놓은 모양의 슬로프를 내려오며 점프 연기를 하는 종목이다. 예선과 결선 모두 최고점이 자기 점수가 된다. 클로이는 2차 시기에서 점프 6번을 모두 깔끔하게 성공하며 1차 시기 91.50점보다도 4점을 더 얻었다. 최종 87.75점을 획득한 2위 리우지아유(26·중국)보다 8점가량이 높았다. 12명이 치르는 13일 결선에서도 클로이는 단연 금메달 1순위 후보다.

    사람들의 관심은 클로이가 올림픽에서 100점 만점이란 역사적 기록을 작성하느냐에 쏠린다. 클로이는 지난 2016년 US그랑프리 대회에서 여자 최초로 100점 만점을 받았다. 비결은 '필살기' 백투백 1080이다. 오른발을 앞으로 하는 스탠스(구피)로 시계 방향 3회전을 한 뒤 다음 점프에서 왼발을 앞으로 하는 스탠스(레귤러)로 시계 반대 방향 3회전을 하는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여자 선수들은 2바퀴 반 도는 기술도 어렵게 수행하지만, 클로이는 발을 바꿔 3바퀴를 두 번 연속 한다.

    클로이는 12일 예선에서 필살기를 감추고도 혼자만 90점을 돌파했다. 경기 전엔 미소를 띠었고, 점수를 확인하고선 손을 위로 들고 가볍게 춤을 출 만큼 여유를 보였다.

    클로이는 경기 후엔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는 엉뚱한 소감도 남겼다. 긴장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3차 시기까지 치러지는 결선에서 일찌감치 다른 선수들을 앞설 경우 클로이 김은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하프파이프 100점 만점 기록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예선전에서 클로이는 미국 팬들은 물론 한국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도 등에 업었다. 클로이 김은 부모가 모두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의 아버지 김종진씨는 1982년 단돈 800달러를 들고 미국으로 이민 갔다. 접시닦이, 계산원 등 일을 가리지 않고 학비를 벌어 엔지니어가 됐다. 아내 윤보란씨와 결혼한 그는 1998년 캘리포니아주 남부 롱비치로 이사 가 2000년 클로이를 낳았다. 클로이가 네 살 때 처음 스노보드를 가르쳤는데, 두각을 나타내자 여덟 살 때부터 친척이 살고 있는 스위스에 보내 2년간 훈련을 받게 했다. 이 기간 김씨도 직접 알프스산 인근 리조트를 함께 찾아다니며 딸의 훈련을 도왔다. 매일같이 새벽 4시에 일어나 산악 열차를 타고 훈련지에 갔다가 밤 11시에 돌아오는 생활을 했다고 한다. 클로이는 "무슨 미션을 수행하는 것 같았다"고 기억했다. 김씨는 미국에 다시 돌아와선 아예 직업인 엔지니어 일까지 그만두고 클로이의 매니저 역할에 전념했다. 이런 사연은 최근 미국 최고 인기 스포츠 NFL(미 프로풋볼)의 '수퍼볼' 경기 날 광고로 방영돼 미국 전역에 소개됐다.

    한국에도 그의 이야기가 알려지며 클로이는 평창올림픽 초반 최고 스타 대접을 받고 있다. 가는 곳마다 사인과 사진 촬영 공세가 이어진다. 12일 경기엔 5322명이 모였는데, 휴일인 전날 남자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결선(5195명)보다 많았다. 클로이 김은 "난 한국과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모두 갖고 있다. 한국에 오니 친척들을 만나고 즐겁다"고 말했다.

    예선을 현장에서 지켜본 아버지 김종진씨는 "딸(클로이)이 용띠다. 딸에게 '지금까지 이무기였던 네가 평창 대회를 통해 용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클로이 김이 부모의 나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까. 결선은 13일 오전 10시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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