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주 탐사, 세금 아깝다"… 우주정거장 운영 손떼기로

조선일보
  • 정시행 기자
    입력 2018.02.13 03:03

    2024년 이후 민영화 추진

    20년간 1000억달러 이상 투자
    공화당서도 "지금 손떼면 손해"

    우주 탐사는 인류에게 무엇을 가져다주는가. 근원과 무한에 대한 지적 탐구 이상의 실질적 혜택을 줄 수 있는가. 우주 탐사를 둘러싼 오랜 질문이다. 미국 정부가 고매한 이상보다 당장의 주머니 사정부터 먼저 살피는 쪽으로 그 답을 찾고 있다. '인류의 우주 진출 교두보'인 국제우주정거장(ISS) 운영에서 손을 뗄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계 우주과학계가 발칵 뒤집혔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11일(현지 시각) 백악관이 오는 2024년 이후 우주정거장에 대한 연방 예산 투입을 중단하고 민영화할 계획이란 내용의 항공우주국(NASA) 내부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천문학적인 유지 비용에 비해 딱히 미국 납세자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없다는 이유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 정책이 우주까지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ISS는 지구 상공 400㎞에서 하루 17바퀴 이상 공전하면서 각국 우주선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고 각종 우주 탐사 실험을 수행하는 축구장만 한 크기의 인공위성이다. 2000년부터 다국적 우주인 4~7명이 1년 365일 상주하면서 인간의 우주 진출 환경 등을 연구해왔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도 2008년 이곳에 체류했다.

    이렇게 유럽·일본 등 세계 16개국의 공동 우주 탐사 프로젝트를 지탱해온 ISS에서 '최대 주주'인 미국 정부가 발을 빼면 세계 우주과학계가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이고, ISS도 공중 분해될 가능성이 커진다. NASA는 1990년대부터 ISS 건설 비용의 3분의 2가 넘는 1000억달러(약 109조원)를 댔고, 지금도 연 30억~40억달러(약 3조~4조원)를 투자 중이다. 워싱턴포스트와 과학 전문지 버지 등은 2024년까지 이런 '국책 우주 사업' 역할을 대신 수행할 민간 회사는 나오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지금도 미 보잉·스페이스X사(社) 등이 우주인·화물 수송이나 ISS 운영 일부를 대행하고 있지만, 유지·개발을 총책임질 역량은 안 된다는 것이다.

    과거 냉전기 미국과 소련이 달에 먼저 도착하기 위해 사활을 걸었던 '우주 탐사' 경쟁은 이미 상업 시장과 신흥국의 전략적 영역으로 넘어가는 수순이다. 만년 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미국은 이미 오바마 정부 시절 기존 우주왕복선을 모두 퇴역시켰고, 달 탐사 재개 계획도 백지화했다. 반면 ISS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했던 중국은 자체 우주정거장인 '톈궁(天宮)'을 잇따라 쏘아 올리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러시아 업체는 '무주공산'이 될 ISS에 고급 호텔을 짓고 1000억원대 우주 관광 상품을 출시할 태세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선 "1000억달러나 투자해놓고 지금 손을 떼는 건 멍청한 일"(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 의원), "ISS는 과학 탐사를 위해 지어진 것이지 당장의 이익을 추구하는 장이 아니다"(앤드루 루시 메이드인스페이스 대표)란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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