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꽃은 말이 필요없다

  • 박원순 에버랜드 가드너 '나는 가드너입니다' 저자

    입력 : 2018.02.13 03:03

    박원순 에버랜드 가드너 '나는 가드너입니다' 저자
    박원순 에버랜드 가드너 '나는 가드너입니다' 저자
    앨범을 정리하다가 따뜻한 기억을 불러오는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미국에서 대학원에 다니던 시절 창문으로 햇살이 비스듬히 비치던 내 방 한편에 식물 화분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장면이다.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제각기 사연이 있다. 식물 큐레이터 사무실 인턴이었던 조시가 과정을 끝내고 떠나면서 남기고 간 봉의꼬리 고사리가 푸른빛을 자랑하고, 하우스 메이트인 데이비드가 분양해 준 알로카시아는 커다란 잎을 드리우고 있다.

    빨간색과 흰색이 섞인 크고 화려한 아마릴리스 꽃은 지도교수님에게서 받은 것이다. 연말이면 교수님은 연구원들에게 아마릴리스 구근을 선물로 주었다. 이렇게 지인들로부터 식물을 선물로 받는 일이 참 좋았다. 나도 내가 기르는 식물 중 무성하게 자란 뿌리를 나누거나 꺾꽂이로 번식해 둔 어린 모종을 그들에게 분양하기도 하고, 특별한 날엔 단골 꽃집에 가서 예쁘게 잘 자란 꽃 화분을 구입해 선물하기도 했다.

    생각해 보니 우리는 옛날부터 졸업과 입학, 그 외 특별한 날이면 싱싱하고 예쁜 꽃들을 주고받았던 정취를 간직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최근 '김영란법' 시행으로 화훼 시장이 직간접적으로 많이 위축되었다고 하는데, 대부분 법을 잘 모르고 지레 겁을 먹거나 법을 핑계로 아예 꽃을 점점 멀리하게 된 건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다.

    [일사일언] 꽃은 말이 필요없다
    꽃은 신에게 속해 있다고 귀하게 섬겼던 고대 그리스인들, 모든 꽃에 의미를 부여하며 말 대신 꽃으로 여러 감정을 표현했다는 중세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 매란국죽(梅蘭菊竹)을 비롯한 온갖 꽃과 나무의 덕을 칭송한 우리 선조가 보여주었듯 꽃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랑과 감사를 전하는 최고의 선물이다. 곧 봄소식을 전해줄 매화의 꽃망울을 기다리며 사람들과 꽃과 마음을 나눌 일에 벌써 가슴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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