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장만 200시간… "촬영 내내 처칠의 리듬대로 살았다"

조선일보
  • 송혜진 기자
    입력 2018.02.13 03:03

    처칠役 배우 게리 올드먼
    마른 기침부터 숨소리 하나까지 처칠을 소름 돋도록 재연

    일본인 특수분장사 쓰지 가즈히로(왼쪽)의 메이크업을 받는 게리 올드먼(오른쪽).
    일본인 특수분장사 쓰지 가즈히로(왼쪽)의 메이크업을 받는 게리 올드먼(오른쪽). /포커스 피쳐스
    "영화 찍는 내내 체력 걱정을 했다. 처칠이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매일 4시간 가까이 메이크업 하고 18시간씩 촬영했다. 화장 지우는 데만 1~2시간씩 걸렸다. 48시간 넘도록 연달아 찍은 적도 있다. 속으로 '이러다가 기네스북에 오르는 것 아냐' 하고 중얼거렸을 정도다." 작년 영화배우 게리 올드먼(60)이 미국 한 연예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들려준 말이다.

    '다키스트 아워'는 올드먼의, 올드먼에 의한, 올드먼을 위한 영화다. 이 영화 속 윈스턴 처칠이라는 세밀화는 게리 올드먼 연기가 없었다면 완성될 수 없었다. 평생 상(賞) 복 없었던 이 배우는 이 영화로 지난 1월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오는 3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특수 분장은 날렵해서 때론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올드먼이 늙고 뚱뚱한 처칠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었다. 올드먼은 매번 두꺼운 실리콘을 얼굴에 뒤집어썼고 '뚱뚱이 슈트'라고 불리는 라텍스 덩어리를 몸에 걸쳤다. 일본인 특수 분장 아티스트 쓰지 가즈히로(48)와 한국계 특수 의상 전문가 바네사 리(49)가 분장을 도맡았다. 올드먼은 "촬영 내내 분장에 쏟아부은 시간만 합치면 200시간쯤 될 것"이라고 했다.

    올드먼 연기는 그 특수분장의 힘을 훨씬 뛰어넘었다. 마른 기침 소리, 밭은 숨소리, 침 섞인 웅얼거림까지 처칠 그대로의 모습을 소름 돋도록 재현했다. 화난 듯 느리지만 단호한 걸음걸이, 웅변을 쏟아낼 때 부들부들 떨리는 턱살까지 처칠의 것이다.

    평생 줄담배를 피우고 위스키를 물처럼 마셔댔던 처칠의 습관을 한 치 어긋남 없이 보여주기 위해 실제로 올드먼은 촬영 내내 '처칠 리듬대로' 살았다. 처칠이 겪었던 불안과 내적 갈등, 스트레스와 고독까지 함께 겪으면서 올드먼은 "나 역시 늙어가는 기분이었다"고도 했다.

    조 라이트 감독은 올드먼이 얼마나 처칠 역에 무섭게 몰입했는지 이렇게 증언한다. "올드먼과 촬영 전 윈스턴 처칠이 살았던 차트웰 저택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올드먼은 처칠이 자주 앉았던 팔걸이 의자를 유심히 관찰했다. 한쪽엔 누군가 손톱으로 잡아뜯은 듯 흠집이 있었고 또 다른 팔걸이엔 반지에 긁힌 자국이 있었다. 올드먼이 그걸 보며 '이건 힌트'라고 했다. 얼마 안 되는 병력으로 500만명 넘는 히틀러 독일군과 싸웠던 처칠이다. 줄곧 초조하고 불안했을 것이다. 올드먼은 그걸 간파했고 그대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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