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때 섰던 그 무대서, 새 연주 들려드릴게요"

    입력 : 2018.02.13 03:03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
    오늘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 공연 "협주곡 대신 실내악 중심으로 연주"

    "뉴욕 필과 데뷔하자마자 서울에 연주하러 왔어요. 근데 한 달 새 몸이 쑥 자라서 연주용 드레스가 안 맞는 거예요. 할머니랑 엄마랑 열 살짜리 애한테 입힐 드레스를 찾느라 엄청 고생하셨지요, 하하! 예술의전당 무대는 또 어찌나 크던지. 공연이 끝나자 처음 보는 할아버지한테 인사하래요. 꾸벅 고개를 숙이곤 '저 할아버지는 누구야?' 물었는데 세상에! 노태우 대통령이래요. 딴 건 다 까먹었는데 놀랐던 그 기억은 아직도 생생해요."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38)이 고국(故國)에서 4년 만에 뜻깊은 무대를 선보인다. 13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사라 장과 17인의 비르투오지'다. 자신의 한국 데뷔 무대였던 예술의전당이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여는 음악회다.

    4년 만에 모국 무대에 서는 사라 장은“내가 연주하는 건 대부분 바이올린 협주곡인데, 이번엔 실내악에 초점을 맞춰 재미있는 곡들을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4년 만에 모국 무대에 서는 사라 장은“내가 연주하는 건 대부분 바이올린 협주곡인데, 이번엔 실내악에 초점을 맞춰 재미있는 곡들을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예술의전당
    12일 예술의전당 음악당 리허설룸에서 만난 그녀는 "열 살 때 처음 섰던 무대라 내겐 따뜻한 집 같은 홀이다. 거기서 열일곱 분의 연주자들과 공연장 생일을 축하하게 됐다"고 했다. 특유의 애교 있는 목소리로 "열심히 준비하는데 하나도 힘들지 않다"며 웃었다. 보랏빛 아이섀도와 짙은 아이라인은 그대로인데, 어느새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한국의 음악도들에게 사라 장은 '클래식계의 김연아'였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나 네 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한 그녀는 곧바로 줄리아드 음악원 예비학교에 입학해 도로시 딜레이와 공부했다. 1990년 열 살 때 지휘자 주빈 메타가 이끈 뉴욕 필 신년음악회에서 바이올린 신동(神童)으로 떠올랐다. 메타와 쿠르트 마주어, 샤를르 뒤투와 등 거장들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들려주는 소리"라며 '음악적 후견인'을 자처했다. 예술의전당 데뷔는 1990년 1월 30일 '예술의전당 신년음악회'. 금난새가 지휘한 KBS교향악단과 생상스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를 협연했다. 성인용 바이올린을 들고 신들린 활놀림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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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 예술의전당에서 KBS교향악단과 협연하고 있는 사라 장. /예술의전당
    1992년 EMI 데뷔 앨범은 폭발적으로 팔렸고, 사이먼 래틀 경이 이끄는 베를린 필과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실연으로 녹음도 했다. 사라 장은 그러나 만족을 몰랐다. 그는 "내가 연주하는 건 99%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그래서 이번엔 다르게 하고 싶다. 오케스트라 협연이 아닌 실내악 연주에 초점을 맞춰 재미있는 곡들을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이번 무대는 그의 연주 욕심을 꾹꾹 눌러 담은 신호탄이다. 사라 장이 리더가 돼 또래 바이올리니스트인 신아라와 비올리스트 이한나, 첼리스트 박노을,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 등 17인을 이끈다. 연주곡목은 비탈리의 '샤콘느'와 비발디 '사계', 피아졸라의 '사계'다. 공개 리허설에서 사라 장은 여전히 싱싱했다. 애달프고 쓸쓸한 '샤콘느'를 들려줬지만, 수백 개 음표를 단번에 찌르듯 빠른 기교만큼은 그대로였고 소리는 한층 깊어졌다. 사라 장은 "같은 곡을 200번, 300번 연주해도 매번 새로 배운다"며 "이번 무대 역시 내가 다른 연주자들에게 더 많이 배우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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