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조원 후원하고 올림픽 무대에서 사라진 한국 기업들

조선일보
입력 2018.02.13 03:18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은 지난 10일 강릉 올림픽파크에서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기술을 선보이는 알리바바 홍보관 개관식을 가졌다. 마윈 회장은 전 세계 20억명이 지켜보는 올림픽 무대를 휘저으며 매일같이 세계 언론에 얼굴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도 하루 앞서 강릉·평창 등에 '올림픽 쇼케이스'라는 홍보관을 개장했지만, 개관식 행사는 없었다.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 때부터 개최지에서 홍보관을 열면서 대대적인 개관식을 진행했지만 정작 평창은 예외가 됐다. 다른 국내 기업들도 마케팅에 나서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개막식에서 1218대의 드론으로 '오륜기 퍼포먼스'를 선보인 미국 인텔 등 외국 기업들이 평창올림픽 무대를 차지했다는 말이 나온다.

올림픽은 개최국 이미지와 대표 기업들의 브랜드를 높일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올림픽 관련 투자와 소비지출 등 직접 효과(21조원)보다 기업 브랜드 가치 상승 등 간접 효과(44조원)가 2배가 넘는다. 이런데도 국내 기업들은 보이지 않는다. 뉴욕타임스는 평창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올림픽은 개최국 대표 기업이 수백만 관중 앞에 자신들의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한 기회로 활용돼 왔지만 평창올림픽은 예외"라고 했다. 지난 9일 올림픽 개막식 리셉션에도 재계 인사들이 보이지 않았다. 각국 정상 등 200여 명이 참석한 대통령 주최 행사였다. 소설가, 맛 칼럼니스트 등도 초청받았지만,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 회장의 자리조차 없었다. 올림픽 유치의 주역인 이명박 전 대통령, 이건희 삼성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등은 모두 수사를 받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낸 돈은 1조원이 넘는다. 개·폐막식과 경기 티켓 구매 금액을 합하면 더 늘어난다. 우리나라는 하계와 동계올림픽을 모두 개최한 세계 8번째 나라다. 이 기적 같은 일을 가능하도록 한 주체가 한국의 기업들이다. 기업이 춤을 춰야 할 자리인데 눈에 띄지도 않는다. 기업의 스포츠 후원이 문제가 된 최순실 사태의 여파에다 새 정부의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합쳐진 결과라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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