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설' 여동생까지 파견... 연일 '파격' 카드 내민 김정은의 속내는

입력 2018.02.12 17:14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오른쪽)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게 특명을 부여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것은 김정은 정권의 절박한 사정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12일 외교가에서 나왔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대화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지난달 1월 9일 판문점에서 진행된 남북 고위급 회담 이후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방남 연기, 금강산 합동문화행사 취소 등 약간의 잡음은 있었지만, 대부분의 협의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북한은 현송월과 예술단 파견, 김여정 방남 등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즈음한 일련의 과정에서 전례 없이 적극 나섰다. 북한은 70주년 건군절 열병식 실황 생중계까지 포기하며 우리 측에 호의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북한의 헌법상 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대표로 한 고위급 대표단을 개막식에 보냈으며, 김정은이 가장 신뢰하는 김여정이 대표단에 포함됐다.

김여정은 마른 체형임에도 배가 도드라져 나온 모습이 포착돼 임신설까지 나왔다.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인사하려다 핸드백을 떨어뜨렸는데 허리를 굽혀 줍는 과정이 불편해 보였다. 김여정의 뒷자리에 배석했던 김성혜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장이 와서 대신 핸드백을 주워서 김여정에게 건넸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김여정의 신변상 변화와 관련해 “아는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만약 임신설이 사실이라면 김정은은 임신한 여동생을 비행기에 태워 2박3일간 특사로 파견했다는 얘기가 된다.

북한 매체들은 12일 김여정 일행의 귀환을 보도하며 공항에 북한군 명예위병대(의장대)의 영접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공항에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리수용 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박영식 인민무력상, 최부일 인민보안상 등 당·정·군 고위인사들이 대거 마중을 나왔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에 대해 북한이 큰 관심을 쏟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을 비롯한 고위급대표단이 전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면담한 사실을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1면에 게재했다. /노동신문·연합뉴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이번 대화 국면을 ‘통남봉미’(남한과 대화, 미국은 무시)로 끌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그동안 북한은 핵문제 등 한반도 주요 현안과 관련해 ‘미국과 대화할테니, 남측은 빠져라’(통미봉남)의 자세로 일관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공조가 공고하다. 북한이 혈맹이라고 부르는 중국도 예전처럼 호혜적이지 않다. 절박한 김정은이 기댈 유일한 돌파구가 남북관계였다.
일각에선 이번 대화 국면에 ‘파격’ 카드를 연속으로 내놨던 북한이 핵과 관련해서도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다는 기대를 내놓고 있다. 북한이 추가적인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겠다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한다면 닫혔던 북미 대화의 문도 열릴 수 있다.

문 대통령의 통일정책 멘토 역할을 하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국면에서 정상회담까지 가기 위해서는 북한이 추가적인 핵 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중단하도록 우리가 계속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조선일보DB
북한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대변해 온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올해 (김정은의) 신년사가 북과 남이 정세를 긴장시키는 일을 더이상 하지 말 데 대하여 강조한 대목을 두고 북남 대화와 관계개선의 흐름이 이어지는 기간 북측이 핵시험이나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타당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이 ‘핵 폐기’는 아니더라도 ‘핵·미사일 실험 유예’ 정도의 발언은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북한의 ‘파격’ 카드는 남북관계를 지렛대로 삼아 한미동맹의 균열을 일으키려는 술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정봉 전 국정원 대북실장은 이날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에서 “북한의 의도는 아주 명백하다. 전 세계적인 제재 전선 속에서 가장 약한 고리가 한국이라고 보고 일단 한국을 제재 전선에서 떼어놓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현재 북한은 핵무기를 가지고 미국을 협박해서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그다음에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며 “한미동맹 균열로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대한민국으로부터 경제 지원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던진 카드”라고 덧붙였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