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 겨우 성사시킨 메르켈 “권력 약화 신호 아니다”

입력 2018.02.12 11:26

앙겔라 메르켈(63) 독일 총리는 11일(현지 시각)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과 ‘대연정’ 구성에 합의한 이후 불거진 ‘메르켈 시대의 종언’이라는 비판 여론에 “(보수 진영의) 실망감을 이해한다”며 “이제 새로운 정부의 능력을 보여줄 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메르켈은 독일 공영방송 ZDF와의 인터뷰에서 “보수 여론의 비난 목소리가 (나의) 권력 약화의 신호는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대연정 합의 이후 연립정부에서 사민당의 색이 짙은 정책들이 시행될 것이란 보수파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메르켈은 “나 역시도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며 “(그러나 협상에서) 매우 신중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왼쪽) 독일 총리와 마르틴 슐츠 사민당 대표가 2018년 1월 7일 베를린 기민·기사연합 본부에서 대연정 구성 합의를 발표한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
메르켈 총리의 중도우파 기민·기사연합(CDU/CSU)은 지난해 9월 총선 이후 5개월 만에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했다. 상대는 이전 정부에서 연정 파트너였던 중도좌파 사민당(SPD)이다. 다음 달 2일 사민당원 46만4000명이 연정 합의안을 승인하면, ‘메르켈 4기 내각’이 출범한다. 이로써 독일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인 메르켈 총리는 4연임하며 16년간 재직하는 장수 총리 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메르켈이 지난해 총선 부진에 이어 연정 성사를 위해 사민당에 많은 양보를 해 입지가 크게 위축됐다는 평도 나온다. 연정에서 가장 ‘알짜배기’인 외교·재무·노동 등 6개 장관직을 사민당이 가져간 반면, 메르켈의 기민·기사연합은 국방·경제·교육 등 5개 장관직만 가져갔다. 이 때문에 명목상 메르켈이 정권을 잡았지만, 실권은 사민당에 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메르켈 총리가 4연임을 하는 동시에 ‘메르켈 시대의 종언’도 가시권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특히 재무장관직을 사민당 몫으로 배분한 것에 대해 “메르켈이 자신과 당의 미래를 경쟁자에 넘겼다”고 보도했다. 독일 일간지 빌트지의 줄리언 라이셸트 편집장은 “기민당 총리가 주도하는 최초의 사민당 정부”라고 평했다.

메르켈은 총선 이후 자유 시장경제 노선을 중시하는 자유민주당 및 좌파 성향 녹색당과 연정을 추진하다 실패했다. 정권 연장을 위해 옛 연정 파트너였던 사민당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던 만큼 연정 협상에서 사민당 요구를 뿌리치는 데는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다.

메르켈은 주요 정책 방향에서도 사민당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면서 지지층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데 실패했다. 메르켈은 난민을 많이 받아들였다는 이유로 보수 진영의 비판에 시달렸왔다. 그럼에도 오히려 오는 8월부터 독일에 입국한 난민의 본국 거주 가족을 한 달에 1000명씩 더 입국시키기로 한 것이다.

사민당의 요구대로 노동자 권리도 강화됐다. 기간제 근로계약을 제한하기 위해 종사자 75명 이상인 기업은 전체 종사자 중 단기계약 비중이 2.5%를 넘지 못하게 했다. 특히 현재 최장 24개월인 기간제 근로계약 기간을 18개월로 줄이기로 했다. 메르켈은 기업활동 위축을 고려해 규제 강화를 반대했으나 사민당이 끝까지 밀어붙였다.

지지자들의 외면도 연정 구성에 영향을 줬다. 메르켈 총리의 기민·기사당 연합은 지난해 총선에서 원내 1당 자리는 유지했지만, 전체 705석 중 과반(355석)에 모자라는 246석에 그쳤다. 로이터는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메르켈이 재선거는 고려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대연정 구성 합의 직후 마르틴 슐츠 사민당 당수가 외무장관을 맡기로 하면서 “연정의 최고 수혜자”라는 평이 나왔다. 그러나 메르켈 4기 내각에서 장관직을 맡지 않겠다고 한 그의 과거 발언이 부각되면서 슐츠는 이틀 만에 외무장관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슐츠는 외무 장관직을 맡기 위해 이미 지난 7일 사민당 당수직을 내놨기 때문에, 그의 정치 생명이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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