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이어가려는 靑… 韓美훈련 재개 전에 '정상회담' 시동 걸 듯

    입력 : 2018.02.12 03:03

    [평창의 남과 북]

    평창 폐막 후 對北특사 파견 유력… 文대통령, 상반기 중에 김정은 만날 수도

    靑관계자 "사실상 회담 수락한 것"
    일각선 "회담이 美·北대화 촉진"
    對北특사엔 임종석·서훈 등 거론

    '선거후 6·15와 8·15 사이' 관측도
    전문가 "韓·美와 美·北관계 보면 현재로선 정상회담 쉽지 않을 것"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으로부터 방북(訪北)을 제안받고 사실상 수락 의사를 밝히면서 남북 정상회담이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가 최고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문 대통령은 10일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통해 '편한 시기의 방북'을 요청받자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했다. 남북 정부 모두 정상회담에 원칙적으로 동의한 만큼 이르면 올 상반기 중에도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1일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정상회담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한두 개가 아니다"고 말했다. 가장 선결적인 '여건'은 북·미 대화 성사와 북한의 태도 변화다. 미국 주도의 국제적 대북 제재 때문에 당장은 남북 정상이 만나도 의미 있는 합의를 하기가 쉽지 않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도 귀국 비행기 안에서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때까지는 북한을 경제적·외교적으로 계속해서 고립시켜야 한다는 데 대해 한·미·일 간에는 조금의 의견 차이도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는 것도 '여건'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북이 핵실험이나 추가 탄도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을 하면 정상회담은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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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通으로 統을…' 작품 배경으로 -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10일 청와대 오찬에 앞서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와 민중미술 판화가 이철수씨의 서화(書畵) 작품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배경 왼쪽은 신영복 교수가 쓴 '通(통)' 글씨, 오른쪽은 이철수씨의 한반도 그림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평창올림픽 리셉션 행사 환영사에서도 신 교수를 언급하며“존경한다”고 했었다. /뉴시스
    하지만 정상회담에 대한 기류는 확실히 바뀌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불과 한 달 전인 지난달 10일 신년 회견에서 "회담을 위한 회담이 목표일 수는 없다"며 "여건이 조성돼야 하고 어느 정도 성과가 담보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여정의 특사 방문 전후로 청와대는 비핵화를 위한 미·북 간 대화와 남북 정상회담을 선후(先後) 문제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김여정 일행의 접견 직후 정상회담에 대해 "대통령도 (정상회담에) 적극적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수락한 것으로 봐도 된다"는 말도 나왔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의 시기나 여건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한·미 훈련 재개가 예정된 '평창 이후'에도 남북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 그 중심에 남북 정상회담이 놓여 있다. 이를 위해 청와대는 미국에는 미·북 대화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한편, 북에는 최대한 빨리 대통령 특사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는 대북 특사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서훈 국정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임 실장은 문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측근이고, 비서실장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작년 12월 아랍에미리트와 갈등이 일어났을 때도 대통령 특사로 급파됐었다. 서 원장은 이번 북한의 평창 참가와 북 대표단 파견 과정에서 막후 협상 채널로 움직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선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가능성도 제기된다.

    청와대가 대북 특사를 파견하는 시기는 평창올림픽 폐막 직후 한·미 연합 훈련 재개 전이 될 거란 전망이 유력하다. 4월 이후 '대화'에서 '압박'으로 넘어가는 중간 지점에 '정상회담 준비'라는 완충재를 놓겠다는 계산이다. 일각에선 남북이 정상회담 같은 적극적 행동을 통해 미·북 대화를 촉진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관계가 좋아지면 미·북 대화를 촉진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정은도 대북 제재를 피하기 위해 남북 정상회담 시기를 '빠른 시일'로 재촉하는 분위기다.

    남북 간에 정상회담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경우 상반기 중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지방선거 이틀 후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처음 남북 정상회담을 했던 6월 15일도 거론된다. 늦어도 광복절인 8월 15일 전후가 될 거란 관측이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으로서는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는 9월 9일 이전에는 3차 남북 회담을 성사시키려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의 태도가 변수다. 경남대 김근식 교수는 "정상회담을 하려면 한·미 공조가 탄탄해야 하는데, 현재의 한·미 관계나 북·미 관계로는 정상회담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과 정상회담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한·미 동맹이 약화되고 대북 압박이라는 국제 전선에서 이탈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동맹의 위기와 남남(南南)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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