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 김여정 "이렇게 갑자기 오게 되리라 생각 못했다"

조선일보
  • 이민석 기자
    입력 2018.02.12 03:11

    [평창의 남과 북]

    文대통령 접견… 김여정, 靑 들어와서야 "내가 특사입니다"

    文대통령 "北, 美와 대화 나서달라"
    김여정 "통일 여는 주역 되시길"

    文대통령 "개마고원서 한두 달 지내는게 젊었을 때 꿈이었는데 이렇게 보니 이뤄질 것 같다"
    김여정 "북남 수뇌부 의지 있다면 빨리 진행될 수 있을 것" 화답

    "내가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特使)입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은 10일 청와대를 방문해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김여정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평양을 방문해 달라는 김정은의 메시지를 구두로 전달한 뒤 "김정은 위원장의 뜻"이라고 말했다. 이날 접견과 오찬은 2시간 40분 동안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오찬에서 북한 대표단에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북·미 간에 조기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핵(北核) 문제나 한·미 연합훈련 등에 대한 대화는 없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남북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하여"라고 건배사를 했고, 김여정은 "대통령께서 통일의 새 장(章)을 여는 주역이 되셔서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를 세우시길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2007년) 10·4 정상회담 때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총괄책임을 지고 있었다. 백두산 관광도 합의문에 넣었는데 실현되지는 않았다"며 "오늘 대화로 평양과 백두산에 대한 기대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나는 등산과 트레킹을 좋아한다. 젊었을 때 개마고원에서 한두 달 지내는 것이 꿈이었다. 집에 개마고원 사진도 걸어놨었다"며 "이렇게 오신 것을 보면 말도 문화도 같기 때문에 쉽게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에 김여정은 "북남 수뇌부의 의지가 있다면 (남북 관계가) 빨리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김영남 위원장이 1928년 2월 4일생"이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제 어머니가 1927년생"이라며 "건강관리 비법이 무엇인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라"고 했다. 이에 김영남은 "조국 통일 그날까지 건재했으면 한다"고 했다.

    김영남은 문 대통령에게 "문씨 집안에서 애국자를 많이 배출했는데 문익점이 붓대에 목화씨를 가지고 들어와 인민에게 큰 도움을 줬다. 문익환 목사도 같은 문씨인가"라고 물었다. 문 대통령은 "그렇다. 그(문 목사) 동생분인 문동환 목사를 지난해 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후식으로 나온 호두과자를 가리키면서 "이 과자가 천안 특색 명물"이라고 하자, 김영남은 "건강식품이고 조선 민족 특유의 맛이 있다"고 했다. 오찬 도중 임종석 비서실장은 "남북한 말은 (서로) 알아들을 수 있는데 오징어와 낙지는 남북한이 정반대더라"라고 했고, 김여정은 "그것부터 통일을 해야겠다"고 했다.

    이날 오전 청와대 본관에 도착한 김여정 일행을 맞은 것은 임종석 비서실장이었다. 2층 접견실에 들어선 김여정은 왼손에 가지고 있던 파란색 파일 안에 든 김정은의 친서를 꺼내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파일 앞쪽 상단에는 김정은이 외교 활동에 사용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직함과 북한 국장(國章)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문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파일을 열어 친서 내용을 확인한 이후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키자"고 했다. 청와대는 "외국 정상 친서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친서는 A4용지 3분의 2장 분량으로, 하단에는 김정은 친필 서명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여정이 특사 자격으로 방남했다는 건 정부도 사전에 몰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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