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VIEW] 김정은 '核 빠진 대화' 초대… 文대통령 딜레마

    입력 : 2018.02.12 03:15

    김여정 '정상회담 친서' 전달
    文대통령 "여건 만들어 성사"

    北과 핵 대화 없는 남북회담은 제재 공조 허물고 韓美 균열만
    CNN "김여정, 평창 외교전 金"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1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평양 초청장'을 내밀었다. 김정은은 여동생에게 들려 보낸 친서에서 "빠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평양을 방문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북한이 먼저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요구한 것이다. 김여정은 문 대통령에게 "통일의 새 장을 여는 주역이 되셔서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를 세우시기 바란다"고도 했다.

    김정은의 초청장을 받아 든 청와대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문 대통령은 즉석에서 수락하지 않고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답했다. '여건'을 남북 정상회담 성사의 조건으로 제시한 것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올림픽 이후 대북 압박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겠다고 예고한 상태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돌파구로 삼으려는 북한의 의도가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 평창올림픽 이후인 4월 초로 연기해놓은 한·미 군사훈련이 문제다. 북한은 올림픽 이후에도 정상회담을 빌미로 한·미 훈련 계속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미국은 "더 이상 연기는 안 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북핵이다. 김정은은 2012년 집권 이후 핵실험만 4차례 실시했다. 미국 본토에 도달 가능한 ICBM도 완성 단계다.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대신 '핵을 제외한 대화' 카드를 내밀 공산이 크다. 김여정 일행은 2박 3일간 문 대통령과 4차례 만났지만 북핵 문제는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다.

    미국은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있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이 김여정에게 "미국과의 대화에 북쪽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청와대는 11년 만에 조성된 남북 정상회담 기회를 어떻게든 살려보겠다는 기류다. 문 대통령은 11일 저녁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장에서 만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이 만남의 불씨를 키워서 횃불이 될 수 있도록 남북이 협력하자"고 했다.

    그러나 비핵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남북 대화는 결국 대북 제재 공조를 허물고 한·미 동맹에 균열을 불러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비핵화의 단초를 마련하는 정상회담으로 갈지 의문스럽다"며 "정부는 핵 있는 북한과의 공존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이 정상회담에서 핵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면서 '평화 체제' 전환과 '대북 제재 완화' '한·미 훈련 중단'을 요구할 경우 우리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김여정이 내민 초청장이 문 대통령에게 고민거리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 CNN은 이런 김여정에 대해 "평창 외교전의 금메달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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