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몽' 비판했던 中남방주말, 5년만에 또 필화

입력 2018.02.12 03:03

하이난항공 부실 파헤친 기사… 보도검열 걸리자 인터넷에 올려
中이 류샤오보 노벨상 수상 막자 '빈 의자' 사진으로 저항하기도

개혁 성향 보도로 수차례 필화(筆禍)를 겪었던 중국 주간지 남방주말(南方週末)이 중국 재벌 그룹의 자금난을 다룬 기사를 실었다가 삭제당하면서 또다시 필화를 겪고 있다고 홍콩 명보가 11일 보도했다. 해당 기사를 쓴 기자는 기사 원문을 인터넷에 공개하며 반발하고, 편집 책임자는 전격 경질됐다.

명보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황허와 왕웨이카이 두 명의 기자가 쓴 '하이난항공 또 유동성 위기' '하이난항공 위기사(史)' 두 편의 기사였다. 최근 수년간 거침없는 해외 M&A로 미국 포천의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에서 170위에 오르는 등 급성장한 하이난항공그룹(海航集團)의 부실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기사였다.

당초 8일 자에 게재될 예정이던 기사는 '보도검열'에 걸려 실리지 못했다. 기사는 "하이난항공이 올 1분기에 150억위안의 자금 부족 사태로 붕괴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이었다. 하이난항공은 미국에 도피 중인 중국 재벌 궈원구이가 작년 "왕치산 전 중앙기율위 서기 가족들이 이 회사 주식을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했다"고 폭로한 기업이기도 하다.

기사가 실리지 못하자 황 기자는 인터넷에 기사 원문과 함께 취재기를 올리고, "다른 매체에 이를 게재할 권리를 개방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8년 전에도 기사가 삭제되는 일을 겪었는데 이번에는 그때처럼 당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사태로 돤공웨이 총편집이 면직됐다고 명보는 전했다.

남방주말은 자매 일간지인 남방도시보와 함께 철저한 언론 통제 국가인 중국에서 상대적으로 공산당과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많이 내온 개혁적인 언론으로 꼽힌다. 남방주말은 시진핑 정권 원년인 2013년 신년호 문제로도 필화를 겪었다. 당시 헌법을 바탕으로 한 권력 견제와 권력 분산 등을 촉구하는 '중국의 꿈, 헌정의 꿈'이라는 제목의 신년사를 당국이 편집진 동의 없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꿈에 근접해 있다'는 제목의 시 주석 찬양 글로 바꿔치기했다. 이에 기자 80여명은 성명을 내고 업무를 거부했고, 당국은 편집진을 대거 교체했다.

신문 1면에 다섯 마리 학과 빈 의자 사진을 게재한 2010년 12월 12일 자 남방도시보도 저항의 지면으로 회자된다. 중국의 인권운동가 류샤오보(지난해 사망)가 그해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당국의 불허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상황을 비판한 것이었다. 전날 노벨상 시상식에는 류와 그의 가족이 참석하지 못하자 단상에 빈 의자를 배치했었다. 중국어로 학(鶴)은 '축하한다'는 뜻의 '하(賀)'와 발음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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