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투기 격추… 끝나간다던 시리아 내전, 끝이 안 보인다

    입력 : 2018.02.12 03:03

    [시리아內 이란 군시설 공습하다 피격… 이스라엘, 미사일 반격]

    IS 격퇴로 내전 종식 기대했지만 종파·민족 갈려 사태 점점 더 꼬여

    이란·러시아는 시리아 정부 지원… 美는 이들 견제해 反정부군 도와
    쿠르드 독립 우려한 터키도 개입

    10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공군의 F-16 전투기 한 대가 시리아 영토에 있는 이란의 군 시설을 공습하던 중 시리아군의 대공 미사일에 격추됐다. 이 사건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무인기가 자국 영토로 침투하는 것을 발견하고 격추한 뒤, 무인기를 날려보낸 시리아 내 이란 군 기지를 공습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스라엘은 전투기 격추에 대한 보복으로 시리아에 있는 시리아 및 이란의 군 시설 12곳에 수십 발의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다.

    같은 날 시리아 북부 지역에서는 또 다른 전투가 벌어졌다. 터키군과 시리아 쿠르드 민병대가 치열한 교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터키군 헬기가 추락해 2명이 숨지는 등 터키군 11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 군사 당국 관계자가 10일(현지 시각) 시리아군의 대공미사일에 맞아 이스라엘 북부 하르두프 한 농장에 추락한 공군 F-16 전투기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이스라엘 군사 당국 관계자가 10일(현지 시각) 시리아군의 대공미사일에 맞아 이스라엘 북부 하르두프 한 농장에 추락한 공군 F-16 전투기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해당 전투기는 이스라엘로 무인기를 날려 보내는 시리아 내 이란 군사 기지를 공격하는 작전을 수행하다 미사일에 피격됐다. 이날 이스라엘은 전투기 격추에 대한 보복으로 시리아 내 이란 군사 시설 등 12곳에 미사일 수십여발을 발사했다. /AFP 연합뉴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끝나간다"던 시리아 내전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군이 주도하는 국제 연합군이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장악하고 있던 시리아 북부 도시 락까를 탈환했을 때, 국제사회는 "시리아 내전이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도 외신 기자들 앞에서 "내가 최후의 승자"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6년에 걸친 내전이 종식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날 하루 동안 전개된 상황은 내전이 갈수록 꼬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서 지난 4일에는 러시아의 수호이 전투기가 시리아 반군에 격추된 뒤 러시아의 대규모 보복 공격이 있었다. 7일에는 미군이 시리아 정부군을 전투기로 공습했다.

    왜 "다 끝나간다"던 시리아 사태가 갈수록 꼬이고 있을까. 인구가 여러 종파(宗派)와 민족으로 갈라져 있고, 거기에다 열강들의 이해관계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시리아 내전 상황도
    시리아 내전은 2011년 아랍권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이 튀니지·이집트 등에서 시리아로 상륙하면서 발발했다. 내전 초기만 해도 '정부 대 반정부'의 단순 구도였다. 한쪽이 패하면 한쪽은 승자가 되면서 내전이 끝날 수 있었다. 그러나 반정부 세력은 금세 이슬람 수니파 아랍(시리아 민주군), 상대적으로 온건한 수니파 쿠르드족, IS 등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으로 세 조각 났다. 이들에겐 시아파인 시리아 정부가 '공통의 적'이었지만, 종교적 성향이 달라 서로 간에도 적대적이다. 특히 쿠르드는 미군 등의 지원을 받아 시리아 북부에서 IS 등 극단주의 세력과 '내전 속의 내전'이라 불릴 정도로 치열하게 싸웠다. IS는 락까를 잃은 뒤 서부 이라크와의 국경 산악지대에서 항전을 계속하고 있다. 시리아에서 4개 세력이 독자적인 세력을 이루고 대치하는 '시리아판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한쪽이 패해 전력이 약해지더라도 남은 세력끼리 다시 싸우고, 그사이 약해진 세력이 다시 살아나는 '풍선 효과'가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러시아 등 열강이 개입하면서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 시아파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이란은 시리아 정부와 같은 편이고, 이들을 러시아가 뒤에서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는 미·소 냉전(冷戰) 때부터 시리아 지중해 연안에 해군기지를 설치하는 등 시리아를 중동의 교두보로 활용하기 위해 아사드 정권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와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IS를 격퇴시킨 이후에도 시리아에 병력을 남겨놓고 반정부군을 돕고 있다. 미국의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수니파 국가들도 시아파인 이란과 시리아를 견제하기 위해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터키는 인접한 시리아 북부에서 쿠르드족이 점점 강해지자 이를 견제하고자 시리아로 군사 개입을 확대하고 있다. 시리아의 쿠르드가 터키 내 쿠르드와 연합해 분리 독립을 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얽히고설킨 가운데 이날 '이스라엘 대 이란·시리아'의 국지전이 벌어지자, 미국과 러시아가 즉시 반응하고 나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은) 핵심 동맹인 이스라엘을 강력히 지지한다"는 성명을 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란의 '후견인' 역할을 하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항의성 전화를 걸어 "이란이 이스라엘을 파괴하려는 수작에 강력히 반격하겠다"고 했다. 이에 푸틴은 "시리아에서 새로운 대치 국면을 만들지 말라"고 반박했다. 시리아를 둘러싸고 전운이 감돌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급히 성명을 내고 "시리아에서 군사적 긴장이 커지는 우려스러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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