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美공주의 숙소', 100년 만에 옛 모습 찾는다

    입력 : 2018.02.12 03:01

    서양식 2층 전각 '덕수궁 돈덕전'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 딸 묵기도
    1920년대 日帝에 의해 철거돼

    "2021년까지 복원 마칠 것"

    을사늑약 두 달 전인 1905년 9월 '미국 공주'라 불린 귀빈이 대한제국을 방문했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아시아 순방 사절단과 함께 방한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딸 앨리스였다. 국권 침탈을 눈앞에 두고 미국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던 대한제국은 앨리스를 극진히 환대했다. 수행원들은 당시 최고급 숙소였던 정동의 손탁호텔에 묵었는데, 앨리스는 그보다 더 격이 높은 곳에 숙박했다. 과연 그곳이 어디였을까?

    '일본 궁내청 소장 창덕궁 사진첩'에 실린 덕수궁 돈덕전(큰 사진).
    '일본 궁내청 소장 창덕궁 사진첩'에 실린 덕수궁 돈덕전(큰 사진). 돈덕전의 복원 투시도(작은 사진). /문화재청
    서울 덕수궁 지도를 자세히 보면 석조전 뒤쪽으로 마치 커피포트의 주둥이처럼 북쪽으로 툭 튀어나온 의문의 '돌출 구역'이 있다. 영국 대사관과 미국 대사관저 사이에 있으며 덕수궁에서 가장 고지대인 이 공간엔 현재 별다른 건물이 없다. 하지만 1902년부터 20여년 동안 르네상스와 고딕 양식을 절충한 고아(古雅)한 자태의 서양식 2층 건물이 이곳에 존재했다. 바로 돈덕전(惇德殿), 1905년 앨리스 루스벨트가 묵었던 '공주의 숙소'였다.

    돈덕전은 1897년 선포된 대한제국이 국가적 위상을 높이고 서구와 대등한 위치를 획득하기 위해 새로 건설했던 대표적인 양관(洋館) 중의 하나였다. 황제국의 주요 행사 때 각종 연회가 이뤄지는 핵심 장소였으며, 황제가 외국 사신을 접견하거나 국빈급 외국인 방문 시 숙소로 활용되는 곳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대한제국의 자주적 외교'를 상징하는 건물로, 좌우에 영국과 미국의 외교 공관이 있는 절묘한 위치에 자리 잡았다.

    돈덕전
    건물 내부는 대단히 화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대한제국의 의전을 담당했던 독일인 엠마 크뢰벨은 이렇게 기록했다. '실내 장식은 놀랄 만한 품위와 우아함을 뽐낸다… 접견실은 황제의 색인 황금색으로 장식됐다. 황금색 비단 커튼과 황금색 벽지, 이에 어울리는 가구와 예술품들, 이 모든 가구는 황제의 문양인 오얏꽃으로 장식됐다.'

    그러나 을사늑약 이후엔 이 건물도 일제의 영향력 아래 들어가게 됐고, 일본의 의도에 부합하는 회의와 연회만 열릴 수 있었다. 1907년 강제로 폐위된 고종의 뒤를 이은 순종의 즉위식이 열린 곳도 돈덕전이었는데, 양위에 반발한 고종은 즉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1919년 고종의 붕어(崩御) 이후 돈덕전은 폐허가 되다시피 방치됐고, 1921년에서 1926년 사이 일제에 의해 철거되고 말았다. 덕수궁이 공원화된 1930년대에는 그 자리가 아동 유원지로 변했고 광복 이후에는 덕수궁관리소와 강당이 들어서기도 했다.

    돈덕전이 철거 약 100년 만에 복원된다. 문화재청은 최근 발표한 주요 업무 계획에서 "지난해 발굴 조사를 마친 돈덕전의 설계를 올해 말까지 끝내고 2021년 말까지 복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2300㎡의 규모로 내부는 대한제국 자료관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 바로잡습니다
    ▲12일 자 A23면 '대한제국 '美공주의 숙소', 100년 만에 옛 모습 찾는다' 기사 중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시어도어 루스벨트'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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