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오영식 사장이 알아야 할 이인제·이철 사례

    입력 : 2018.02.12 03:15

    전대협 의장 出身 코레일 사장… 해고자 복직, SR 통합 추진
    심사숙고한 결과인지 궁금… 親노조 일관하면 경영 어쩌나

    김민철 사회정책부장
    김민철 사회정책부장
    오영식 코레일 신임 사장은 무슨 생각으로 해고된 철도노조원들을 전원 복직시키겠다고 했을까.

    그는 지난 8일 "원만한 노사관계의 복원은 국민의 명령이자 요구"라며 해고자를 전원 복직시키겠다고 했다. 이달 6일 취임식 직후 해고자 천막을 찾아 "이른 시일 내에 복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 발언을 이틀 만에 공식화한 것이다. 이번 발표는 김영삼 대통령 취임 직후인 1993년 3월, 이인제 노동부 장관이 해고 노동자 5200명 복직을 추진한 것을 연상시킨다.

    철도 개혁은 김대중 대통령 취임 후 본격 추진한 것이다. 철도 독점(獨占) 체제가 100년 넘게 이어지는 데다 강성 노조를 배경으로 비효율적인 운영에서 벗어나지 못해 국민 혈세 낭비가 심각하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매년 수조엔씩 늘어나는 적자를 견디다 못한 일본이 1987년 철도를 분할 민영화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영국 연수 시절 철도 개혁을 목격한 김대중 대통령은 철도를 포함한 공기업 민영화를 적극 추진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민영화 대신 철도공사 체제로 방향을 틀고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철도노조는 이때마다 파업을 벌이며 격렬하게 반대했다. 해고자들은 이런 과정에서 생겨났다.
    오영식 제8대 코레일 사장이 6일 오전 대전 코레일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코레일 제공
    복직 대상 98명 중 절반 정도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인 2003년 파업 때 해고된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들은 이후 노동위원회와 법원에 잇따라 제소했지만 패소했다. 이번 복직 결정이 "사법(司法) 질서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나마 해고자 복직은 정권 교체 후 첫 사장이니 노사 화합 차원에서 선심(善心) 쓴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오 사장이 6일 취임사에서 밝힌 SR과의 통합 추진은 또 다른 얘기다. 수서발 KTX 운영을 SR(코레일 자회사)에 맡긴 것은 "노조 반대로 아무 것도 안 되니 이렇게라도 해보자"고 후퇴한 것이다. 역대 정권의 철도 개혁 방안 중 가장 약한 방안이다. 그나마 코레일과 SR이 경쟁하면서 국민들은 이제 막 요금 인하와 서비스 향상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 사장이 이를 원점으로 돌리겠다고 한 것이다.

    오 사장은 전대협 2기 의장과 3선 의원을 지냈다. 오 사장 내정설이 몇 달 전부터 나왔으니 잘 모르고 해고자 전원 복직, SR과의 통합 추진을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두 정책이 사내외에 가져올 파장을 심사숙고하고 내린 결정인지는 정말 궁금하다. 한 코레일 출신 철도 전문가는 "해고자들이 복직하면 개선장군처럼 위세를 부릴 가능성이 높아 가뜩이나 엉망인 경영 관리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1993년 이인제 장관의 5000여 명 복직 추진이 이후 한국 노사 관계를 더욱 꼬이게 만든 요인 중 하나라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인제 장관은 나중에 "강성 노조가 협조하지 않는 한 어느 개혁도 쉽게 이루어지기 힘들다"며 "한국은 노동 독재국"이라고 한탄했다.

    오 사장이 여전히 '노동자는 무조건 약자'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면 1980년대 전대협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회사 사정과는 관계없이 걸핏하면 파업을 일삼는 대규모 공공 노조와 대기업 강성 노조는 특히 그렇다.

    오 사장이 꼭 기억해둘 일이 하나 더 있다. 민주화 운동 경력이 오 사장보다 더 화려한 이철 전 의원은 2005년 코레일 사장에 취임해 나름 친(親)노조 정책을 폈다. 그러나 철도노조는 얼마 안 가 '사장 퇴진 조합원 찬반투표' 등으로 퇴진 투쟁을 벌였고 이 사장은 결국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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