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문가들 "평창올림픽 이후 남북∙미북 관계 개선 어려워"

  • 디지털편집국 국제부

    입력 : 2018.02.10 14:28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27명에게 의견을 구한 결과,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남북관계나 미북관계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북한의 비핵화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한국과 미국 모두 북한에 다가서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0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전문가 27명 가운데 17명은 “(남북관계나 미북관계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5명은 “관계 개선은 북한의 행동에 달려 있다”는 답변을, 나머지 2명은 “올림픽이 진행 중인 과정에서 전망을 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2018년 2월 3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리허설을 보기 위해 몰려든 관람객들의 모습. /조선일보 DB
    올림픽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에 회의적인 전문가들은 대부분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이런 상황이 계속 된다면 서로가 모두 만족할만한 대화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연구원은 “현재의 긴장 완화 조짐은 한국이 올림픽에 방해가 되는 일을 막는 노력에서 비롯됐다”며 “하지만 북한이 올림픽 이후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를 요구하고 자신들이 핵무장 국가라고 주장하고 위협하면 현재의 평화로운 분위기가 무너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과의 관계는 근본적으로 개선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제임스 제프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은 “북한의 목적은 한반도 전체를 통치하는 것이라며 관계 개선은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한국과의 대화에서 얻으려고 하는 것은 한국의 항복뿐이며 이는 2차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일본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북한이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준 뒤 계속 이를 무너뜨리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은 과거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도 한국과 단일팀으로 참가하면서 핵물리학자들을 파키스탄으로 보냈고 2015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 직후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매춘부’로 부르며 맹비난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남북관계 뿐 아니라 미북 관계 개선 가능성도 낮게 내다봐, 전체 27명 중 20명이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 담당 보좌관을 지낸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미국의 대북 정책은 변함이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탈북자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점을 상기시켰다. “미국의 최대 압박 캠페인은 계속되고 있고 미북 관계에 어떤 변화도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북한이 올림픽 전날 군사 열병식을 감행하고 미국을 겨냥한 미사일을 선보인 점을 미북 관계 개선에 부정적인 요소로 꼽았다.

    미북 관계 개선 여부는 북한에 달렸다는 신중한 반응도 있었다. 북한이 추가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올림픽 이후 김정은이 미사일 역량 등을 강화하기 위해 추가 실험을 재개한다면 모든 상황은 올림픽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 역시 “북한은 올림픽이 끝난 뒤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해야 한다”며 “만약 그렇지 않으면 미국의 최대 압박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올림픽 이후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할 것으로 보고 이 역시 관계 개선에 부정적 요소로 평가했다. 동북아시아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는 “북한이 한국에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라고 압박하지만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독단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릴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는 한국의 대북 관련 행동을 제약할 것이며, 북한은 이런 상황에 분노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글라스 팔 카네기재단 부원장 역시 “연기됐던 미-한 군사훈련은 재개될 것이고 북한은 이를 자신들의 무기 실험을 위한 핑계거리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올림픽 이후 상황을 전망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남북간의 접촉이 이뤄지고 있고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는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에 나서게 하도록 설득하는 것 같다”며 “설득에 성공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거나 미국이 어떤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하겠다고 말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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