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폭로한 이재정, 후배 성희롱 피해는 덮으려 했나

입력 2018.02.10 03:10

후배 "저 분이 저한테 하셨던 일, 지금도 피가 솟고 손 떨린다"
최근 李의원은 "13년전 성추행, 시간이 지나도 안 잊혀진다"
법조계선 "이중적인 모습"

이재정 의원
최근 언론에 자신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밝히며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동참했던 이재정〈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변호사 시절 성희롱을 당한 후배 여성 변호사에게 피해 사실을 문제 삼지 말라고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의원은 2006년부터 변호사로 일하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다. 그는 지난 2일 언론 인터뷰에서 "13년 전(2005년) 변호사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 검사장 출신의 로펌 대표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내부 게시판에 이 의원의 언론 인터뷰 기사가 실린 직후 A 변호사가 글을 올렸다. 두 사람 다 민변 회원이다.

A 변호사는 글에서 "제가 ○○(법무법인 이름)에서 성희롱을 당했을 때 '현명한 선택을 하라'고 종용하셨던 분이 바로 이재정 변호사님"이라고 했다. 이어 "저는 저분(이 의원)이 저한테 하셨던 걸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지금도 손이 떨린다"고 했다.

그가 같은 법무법인에 있던 선배 여성 변호사인 이 의원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털어놨지만, 이 의원은 '현명한 선택을 하라'며 사실상 피해 사실을 덮으라고 종용했다는 것이다.

이후 민변 게시판에는 "충격이다" "당시 상황을 더 자세히 올려달라"는 글들이 올라왔지만 A 변호사는 이 사건에 대해 더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2012년부터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고, 이 의원은 그가 언급한 법무법인에서 2012년부터 국회의원이 되기 직전인 2016년 초까지 근무했다.

게시판 글 내용이 퍼지자 법조계에선 "이 의원이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이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여성이 겪는 성 관련 피해는) 시간이 지나도 딱지가 생기거나 내성이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며 "저는 13년 전 제 일(성추행 피해)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비슷한 피해를 당해 괴로워하던 후배 여성 변호사에게는 문제 삼지 않는 것이 '현명한 선택' 아니겠느냐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 영상을 보며 울컥했다. 법조계에서도 여성들이 이런 상황을 감내하는 게 당연한 일처럼 느껴지던 것과 겹쳐졌다"고 하기도 했다.

본지는 이 의원 반론과 A 변호사의 입장을 들으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의원 비서관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정현백 장관도 성추행 당한 女교수에 '그냥 덮고 가자' 했다" 김선엽 기자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