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평창올림픽, 이건희 수사

입력 2018.02.10 03:14

김은정 사회부 기자
김은정 사회부 기자
8일 수사 당국은 두 가지 중요한 수사 내용을 공개했다. 둘 다 삼성을 향한 것이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 석방 사흘 후, 평창올림픽 개막 하루 전이다.

경찰이 오전에 나섰다. 차명 계좌로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이건희 삼성 회장을 피의자로 입건한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이 회장의 차명 계좌 규모를 4000억원대라고 했다. 남의 이름으로 돈을 관리하면서 세금을 내지 않은 데 대한 형사 처벌을 하겠다는 것이다. 2007~2010년 일이다. 그러면서 이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했다.

저녁엔 검찰이 나섰다. 이번엔 2009년 일을 들고 나왔다. 역시 이 회장이 건재할 때 일이다. 삼성이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 수십억원을 대신 냈다는 단서를 잡았다고 했다. 다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제 소유주라는 의혹을 받는 기업이다. 검찰은 이날 삼성전자 본사와 R&D센터를 압수 수색했다.

죄가 있으면 밝혀야 한다. 밝혀낸 혐의를 수사 당국이 공개하는 것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발표에 과장이 있어선 안 되고 수사에 감정이 배어서도 안 된다.

이날 알려진 차명 계좌는 경찰이 새로 밝혀낸 게 아니다. 이미 이 회장이 2011년 국세청에 신고하고 2014년 실명 전환을 끝낸 것이다. 세금 1300억원도 냈다. 선대에게 물려받은 돈으로 기업 자금을 빼돌린 비자금도 아니다. 당시 국세청은 조세 포탈 혐의를 찾지 못해 고발하지 않았다고 한다. 7년이 지난 지금 경찰은 이 판단이 잘못됐다며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작년 정권 교체를 전후해 경찰이 검찰 못지않은 수사 실력을 보여주겠다며 의욕을 보인 게 재벌 수사다. 삼성 수사도 그중 하나였다. 이 회장 자택 공사에 회삿돈이 들어갔다는 의혹이었다. 여기서 시작한 수사가 4000억원 차명 계좌와 탈세 사건으로 부풀어 올림픽 하루 전 공개됐다.

검찰의 수사도 지적할 부분이 있다. 삼성이 다스의 소송 비용을 대납했다는 시점은 이명박 정권 때인 2009년이다. 검찰은 그 대가로 이 회장이 특별사면을 받은 게 아닌가 의심한다. 하지만 그의 사면은 이유가 있었다. 이 회장은 당시 IOC 위원이었다. 이 회장을 사면해 국가적 숙원이던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뛰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다. 2년 후 평창은 올림픽을 유치했다. 누구도 그의 공헌을 부인할 수 없다. 법원의 이재용 부회장 석방에 당국이 느끼는 패배감을 짐작한다. 아무리 그래도 올림픽 전날 그래선 안 됐다.

어제 신문에 이건희 회장의 모습이 조그맣게 실렸다. 평창올림픽 유치 발표 때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다. 3년 후 그는 쓰러졌다. 지금까지 의식이 정상적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이 없다. 어제 열린 평창올림픽 개막식에도 그는 참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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