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억지로 한자리 앉히려다...결국 '외교참사'

입력 2018.02.09 21:39 | 수정 2018.02.09 21:49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9일 오후 강원도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운전대를 잡고 북미대화로(路)를 무리하게 타려고 하자 미국이 중도 하차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9일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에 참석했다가 5분만에 퇴장했다. 청와대는 “펜스 부통령은 미국 선수단과 6시30분 저녁 약속이 되어 있었고 저희에게 사전 고지가 된 상태였고, 테이블 좌석도 준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펜스 부통령이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한자리에서 식사를 하는 데 거부감을 느껴 자리를 피한 것이라는 분석이 더 적절해보인다.

실제로 청와대의 “테이블 좌석도 준비되지 않았다”는 설명과 달리, 이날 리셉션 헤드테이블에는 ‘미국(United States of America)’, ‘미국 부통령 부인(Second Lady of United States of America)’이라는 좌석이 마련돼 있었다. 리셉션 만찬은 그 자리가 비어있는 채로 진행됐다.

청와대는 이날 리셉션 헤드테이블을 문 대통령 부부, 펜스 부통령 부부, 김영남,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한정 중국 특별대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부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부부에 배정했다. 펜스 부통령과 김영남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는 것으로 계획됐다.

청와대의 이같은 좌석 배치는 자연스럽게 북미대화를 유도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하지만 미국은 그동안 북미대화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쳐왔다. 펜스 부통령은 전날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국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압박을 앞으로 계속해서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며 대북 제재 필요성을 강조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방한 이틀째인 9일 평택 2함대 사령부를 방문해 천안함을 둘러보고 있다. /미국대사관 트위터
펜스 부통령의 대북 압박 행보는 9일 정점을 찍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평택 2함대사령부를 방문해 천안함 전시관을 둘러보고 탈북자들과 면담했다. 펜스 부통령은 탈북자들과의 면담에서 “이 사람들의 삶이 증언하듯 북한은 국민을 가두고 고문하고 굶주리게 정권”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북한의 잔인한 독재는 감옥 국가와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감명깊게 들었던 펜스 부통령이 자유를 억압하는 북한 정권을 대표하는 인물과 아무렇지 않은 듯 식사를 하기엔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된다. 펜스 부통령의 눈엔 김영남이 인권 범죄자로 보였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6·25 전쟁 참전 용사 출신 아버지를 둔 펜스 부통령은 미국 내 대표적인 대북 강경론자로 꼽힌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해 4월 서울 용산 주한미군 기지에서 부활절 예배를 한 뒤, “내 아버지는 미 45사단 소속으로 한국 전쟁에 참전해 동성무공훈장을 받은 에드워드 펜스 중령”이라며 “아버지도 자신이 오래전 다녀간 이 땅을 방문하는 셋째 아들과 오래전 전쟁터에서 희생의 결과로 자유와 번영을 누리는 대한민국을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만찬이 있으면 다른 일정을 조정하는 게 상례”라며 청와대의 설명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봤다. 최 부원장은 “미국의 북한에 대한 강경 입장이 그대로인 상황에 정부가 무리하게 테이블을 구성했다”며 “미국 입장을 알면서 억지로 자리에 앉히려 했던 것에 대해 후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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