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펜스 부통령 김영남과 만찬 거부...5분만에 퇴장

    입력 : 2018.02.09 17:47 | 수정 : 2018.02.09 22:56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9일 올림픽 개회식 직전 평창 용평리조트에서 열린 리셉션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한 테이블에 앉는 것을 거부하며 행사를 보이콧했다.
    펜스 부통령은 북한 김영남과는 어떤 접촉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사전 리셉션이 시작된 직후 “펜스 부통령 내외가 헤드테이블에 착석하지 않았다”며 “문재인 대통령 내외를 포함한 참석자들은 만찬 중”이라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의 리셉션 보이콧 소식이 알려지자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펜스 부통령은 미국 선수단과 6시30분 저녁 약속이 되어 있었고 저희에게 사전 고지가 된 상태였고, 테이블 좌석도 준비되지 않았다”고 했다.

    윤 수석은 그러면서 “펜스 부통령은 포토 세션에 참석한뒤 바로 빠질 예정이었으나 문 대통령께서 ‘친구들은 보고 가시라’해서 리셉션장에 잠시 들른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강원도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에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윤 수석의 이 같은 설명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만찬이 진행되는 동안 헤드테이블에는 두 자리가 나란히 비어있었고, 그 위에는 ‘미국(United States of America)’, ‘미국 부통령 부인(Second Lady of United States of America)’라는 이름표가 놓여있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이같은 예상 좌석배치도를 보도에 참고하라며 기자들에게 공개했는데 펜스 부통령 부부가 앉는 것으로 돼 있었다.
    애초 개회식 사전 리셉션의 헤드 테이블에는 문 대통령 부부, 펜스 미국 부통령 부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한정 중국 특별대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내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부부가 앉을 계획이었다. 펜스 부통령과 김영남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는 것으로 돼 있었다.

    ◇펜스, 文 환영사 이후 입장했다가 바로 퇴장

    펜스 미국 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는 문 대통령이 손님맞이 행사인 ‘리시빙’ 행사를 끝낼 때까지 리셉션장에 도착하지 않았다. 리시빙 행사가 끝난 오후 5시 53분, 문 대통령 부부가 10여분간 화장실을 다녀왔다.
    오후 6시 4분이 됐지만, 그 동안에도 펜스 부통령과 아베 총리는 행사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두 사람을 기다리다 6시 11분 행사장에 입장했다. 20분 가까이 펜스 부통령을 기다린 셈이다.

    펜스 부통령과 아베 총리가 리셉션장에 도착한 것은 문 대통령이 리셉션 장으로 입장한 직후다. 이때까지 두 사람은 문 대통령과 기념촬영 하지 않았다. 대신 두명의 미일 수뇌부는 리셉션장 앞에서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두 사람은 문 대통령이 리셉션 행사장에서 ‘환영사’를 마칠 때까지 입장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환영사를 마치고, 바흐 IOC 위원장의 건배사까지 끝난 뒤 미일 수뇌부가 있던 다른 방으로 가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두 사람을 리셉션 행사장으로 안내했고, 세사람은 오후 6시39분경 나란히 리셉션장으로 입장했다.

    아베 총리는 행사장 헤드테이블에 착석했다. 그러나 펜스 부통령은 헤드테이블에 마련된 자리에 앉지 않고, 헤드테이블과 다른 테이블에 앉은 정상들과 일일이 악수한 뒤 6시44분 리셉션장을 퇴장했다. 펜스 부통령은 북한의 김영남과는 악수를 하지 않았다.

    펜스 부통령은 당초 북한 대표단과 동선(動線)이 겹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우리 정부에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만찬에서도 김영남과는 같은 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측이 행사 참석을 설득하자 행사장에 잠시 들렀다가 자리를 떠나는 모습을 연출한 것으로 보인다.

    펜스 부통령 부부는 이어 열린 개막식에선 문 대통령 부부 옆에 앉았고 북한 대표단 김영남·김여정의 자리는 대각선 방향으로 가로질러 뒷줄이었다. 펜스 부통령은 개막식에서도 이들과는 인사를 하지는 않았다.
    펜스 부통령은 남북 선수단의 동시 입장 때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은 채 자리에 앉아 문 대통령과 북측 대표단 간 악수 장면을 외면했다. 아베 일본 총리 역시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묵묵히 관중석 아래 중앙 무대 쪽을 응시했다.

    ◇문 대통령 “남북은 내일 하나가 될 것”

    문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과 아베 총리가 없는 동안 리셉션 환영사에서 “평창에서는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남북 단일팀, 여자 아이스하키 팀이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며 “남북은 내일 관동하키센터에서 하나가 될 것이고, 남과 북의 선수들이 승리를 위해 서로를 돕는 모습은 세계인의 가슴에 평화의 큰 울림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을 그 특별한 빙상경기장으로 초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9일 오후 강원도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34분경 강원도 평창군 용평리조트 블리스힐스테이에 마련된 올림픽 계기 방한 국내외 귀빈 대상 개회식 사전 리셉션장에서 김영남과 만나 악수했다.

    김영남은 문 대통령과 악수하는 동안 별다른 표정을 짓거나 말을 하지는 않았다. 김영남은 문 대통령에 이어 김정숙 여사와 악수한 뒤, 문 대통령과 함께 사진을 찍고 리셉션 행사장으로 입장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앞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내외, 토니우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 네덜란드 빌렘 알렉산더 국왕 내외, 마크 루터 총리,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내외 등과 인사하고 기념촬영을 하는 리시빙 행사를 진행했다.

    개회식 사전 리셉션은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앞서 올림픽을 계기로 방한한 국내외 귀빈들을 환영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이다.

    한편 이명박 전 대통령도 이날 오후 5시 45분경 리셉션장에 도착했다. 이 전 대통령은 외국 정상이 아니라 문 대통령과 악수하지 않고 일반인 출입구를 통해 리셉션장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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