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장남, 아버지 인종차별주의자 아닌 이유 “래퍼와 사진 찍어”

    입력 : 2018.02.09 16:15 | 수정 : 2018.02.09 23:35

    ‘트럼프는 인종차별주의자’ 비난 여론에
    장남 “아버지가 래퍼, 흑인 친구들과 사진도 찍었다”
    차남 “아버지가 보는 색은 초록(달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장 많이 받는 비난 중 하나는 그가 인종차별주의자(racist)라는 것이다. 인종차별로 해석되는 과거 발언이 수두룩하다. “나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라는 그의 말은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최근 그의 큰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40)가 아버지를 변호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래퍼들이 아버지와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아버지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는 다소 황당한 논리 때문이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달 4일 공개된 보수 성향 뉴스매체 더데일리콜러와 인터뷰 중 트럼프 대통령과 인종차별 비판에 대한 질문에 “아버지가 해온 것들을 굉장하다. 래퍼들, 제시 잭슨이나 알 샤프턴 같은 흑인 친구들이 아버지와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과거 흑인 힙합 가수들과 사진도 찍었으니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주의자일 리가 없다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큰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2017년 1월 20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45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 /블룸버그
    유진 스콧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7일 “트럼프 주니어는 래퍼와 찍은 사진이 있다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는 의미로 말한 것 같은데, 사진보다는 그 사람의 말과 세계관이 다른 인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더 잘 알려준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있던 흑인 힙합 아티스트들은 그의 대통령 당선 전후로 그와 거리를 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끊임없이 유색인종 폄하 발언을 하기 때문이다.

    래퍼 스눕독은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 전 국가(國歌) 연주 때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의미로 한쪽 무릎을 꿇은 미국 프로풋볼(NFL) 선수들을 ‘개XX’라고 부르자 NFL 선수들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국가 연주 때 한쪽 무릎을 꿇는 것은 2016년 8월 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49ers)의 쿼터백 콜린 캐퍼닉이 백인 경찰관의 흑인 사살 사건에 항의하며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이런 행위를 문제 삼아 해당 선수 해고와 자격정지, NFL 경기 보이콧을 주장했다.

    힙합 거물 디디(퍼프 대디)도 트럼프 대통령과 사진을 찍은 적이 있지만,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지난해 8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폭력 시위가 일어났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옹호하는 태도를 보이면서다.

    당시 백인 우월주의를 주장하는 우익 세력에 맞선 인종주의 반대 세력의 맞불 시위로 유혈 사태가 벌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양쪽 모두 매우 좋은 사람들” “양쪽 모두 책임이 있다” 등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감싸는 발언을 했다. 백인 우월주의를 묵인하는 태도에 비판이 쏟아지자 그는 “인종주의는 악이다”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지만, 이내 말을 바꿔 인종주의 반대 세력에도 책임을 물었다.


    가수 비욘세(왼쪽)와 남편 제이지. /비욘세 인스타그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엔 가수 비욘세의 남편이기도 한 래퍼 제이지와도 설전을 벌였다. 제이지는 지난달 27일 방송된 CNN의 ‘더 반 존스 쇼’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흑인 실업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해서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여겨지는 그의 발언이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내각 회의에서 흑인 실업률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진 것을 언급하며 “자랑스럽다”고 한 말을 겨냥한 것이다.

    미 흑인사회에서 영향력이 큰 제이지의 이 발언은 화제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누가 제이지에게 내 정책 덕분에 흑인 실업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제발 알려주라”는 글을 남겼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뉴스가 지난해 11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흑인에 대해 인종 편견을 갖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52%에 달했다.

    당시 제이지는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똥통(shithole) 국가’ 발언에 상처를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백악관에서 열린 이민자 관련 회의에서 흑인 인구가 많은 중남미 아이티· 엘살바도르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똥통’이라고 표현해 국제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다.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난이 또 쏟아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기자들에게 “나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 나는 당신이 인터뷰한 사람 중 가장 인종차별을 하지 않는 사람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주니어가 인터뷰 중 트럼프 대통령의 흑인 친구로 언급한 알 샤프턴 목사는 6일 이에 대해 언짢은 심경을 밝혔다. 흑인 인권운동가 샤프턴 목사는 “우리는 변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변했다. 그는 가장 인종차별적이고 편견으로 가득한 정책들을 제안했다. 그는 인종차별주의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차남 에릭 트럼프가 2017년 6월 28일 영국 턴베리에서 ‘트럼프 오거니제이션’ 소유 ‘트럼프 턴베리’ 골프 리조트를 방문했다. /블룸버그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 트럼프(34)도 아버지를 옹호했다. 그는 지난달 17일 폭스뉴스의 ‘폭스 앤드 프렌즈’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버지는 한 색깔만 본다. 바로 초록”이라고 말했다. 초록색은 달러를 가리킨다. 자신의 아버지는 경제에 신경 쓸 뿐, 유색인종 차별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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