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미슐랭 별을 거부한다

    입력 : 2018.02.10 03:02

    [魚友 야담]

    어수웅·주말뉴스부장
    어수웅·주말뉴스부장

    40대 이상 남성이 왜 그리 맛집 탐방에 열광하는가에 대한 처연한 농담이 있습니다. 인간의 근원적 욕망은 식욕과 성욕으로 압축되는데, 일부일처제를 실천하는 윤리적 남성이라면 둘 다 가질 수는 없죠. 비난받지 않는 욕망은 오직 하나.

    세계의 미식가들에게 이번 주의 화제는 단연 프랑스의 셰프 세바스찬 브라스(46)의 선언이었습니다. 프랑스 남부에 있는 그의 레스토랑 르 쉬케(Le Sequet)는 18년 동안 미슐랭 별 세 개를 유지한 최고의 레스토랑. 그런데 그 별을 스스로 반납한 겁니다. "평가단의 감시와 미슐랭 스타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게 이유였죠. "내가 창작한 요리가 평가단 입맛에 맞을지를 고민할 필요 없이 자유롭게 음식을 만들고 싶다"면서요.

    지난 5일 공개한 2018년 프랑스 미슐랭 가이드북 리스트에는 결국 르 쉬케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브라스의 반납을 미슐랭 가이드북 쇠락의 전조로 보는 이도 있습니다. "스스로 미슐랭 스타를 반납한 레스토랑은 처음"이라고 미슐랭 측도 인정했으니까요. 반대로 다른 형태의 지능적 마케팅으로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미슐랭의 별을 거부한 식당이라니. 멋지지 않습니까.

    하지만 미슐랭의 쇠퇴건 영리한 홍보건 상관없이, 이런 용감한 선언을 좀 더 자주 만났으면 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공해와 피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너도나도 맛집이고, ○○ 방송프로그램에 소개됐으며, △△ 인증을 받았다는 식당들이 부지기수죠. 게다가 소위 미식 프로그램에 소개되고 나면, 사실상 그 집은 쑥대밭. 몰려드는 손님 탓에 예전의 맛과 서비스는 기대 난망(難望)이고, 유명세를 핑계로 가격도 올리죠.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주인도 결국 손해죠.

    '미슐랭' 별 반납까지는 아니지만, 요즘은 우리나라도 맛집 블로거를 출입금지하는 식당이 늘어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반가운 소식이죠. 오직 음식의 맛으로 승부하는 주인과 그 맛을 사랑하는 손님이 순결하게 만나는 식당을 기대합니다. 40대 이상 남성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 각자의 욕망을 즐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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