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1등도 꼴찌도 말고, 중간쯤 하는 의사가 바람직한 이유

  • 유재호 정형외과 전문의

    입력 : 2018.02.10 03:02

    [유재호의 뼛속까지 정형외과]

    유재호의 뼛속까지 정형외과 일러스트

    '처음도 말고, 끝도 말고, 중간 정도 해라.' 요즘 시대에는 이렇게 말하면 창의성도 없고, 자기 일에 열심이지도 않은 적당히 사는 사람으로 치부되기 쉽다. 하지만, 임상 의사로서 환자를 보는 일은 그렇지 않다.

    의사 A는 매사에 적극적이다. 항상 열심히 공부하여 최신 이론과 새로운 기술을 바로바로 환자에게 적용하였다. 이전에 사용하던 방법들에서 부족한 점이나 부작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되면 가능한 한 빨리 받아들여서 더 좋은 치료를 제공하려는 의지가 대단했다. 새로운 방법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으면, 주변 의사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알리는 데에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A는 인기가 있고 화제를 몰고 다니는 타입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방법을 받아들일 때마다 시행착오가 있었고, 나중에 부작용이 나타나서 더는 그 방법을 계속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다른 의사 B는 반대로 좀 소극적이었다. 이전에 다른 선배, 동료 의사들이 충분히 사용해 보아서 그 효용성과 부작용 등이 충분히 알려진 방법만을 고집했다. 새로운 방법이 이제는 어느 정도 널리 사용되는데도 안심하지 못하고 좀 더 오랫동안 두고 보아야 제대로 알 수 있다고 했다. 고리타분해 보여도 지금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 많은 경험이 축적되고 검증된 안전한 방법이라고 했다. 나중에 치명적인 부작용을 알게 된 방법들이 얼마나 많았었냐고 하였다. B는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큰 실수를 할까 봐 불안하지는 않았다.

    내가 환자라면 어느 의사에게 치료를 받고 싶을까? A '적극 의사'와 B '소극 의사'는 각각 장단점이 있고, 한쪽의 장점은 다른 쪽의 단점이 된다. 나는 너무 섣부르지도 않고, 너무 진부하지도 않은 방법으로 치료를 받고 싶다. 즉, 중간 정도 되는 의사에게 치료를 받고 싶다.

    물론 의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창조적인 새로운 연구가 많이 시도되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의학의 발전도 그런 진취적인 시도에 힘입어서 가능했다. 하지만, 보통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 의사 모두가 '적극 의사'가 될 필요는 없다. 모두가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정형외과 영역의 진료는, 신경외과나 흉부외과 등의 진료와 달리 목숨을 담보로 할 만한 중한 상태는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법의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기 전에 시험적으로 시도해 보는 것은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소극 의사'에만 안주하는 사람은 자기 발전이 정체되어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담당 의사가 게을러서 환자들이 더 좋은 치료를 제공받지 못한다면 안 된다. 성실한 의사라면 검증된 방법을 주의 깊게 받아들여 환자들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여야 한다.

    내가 정형외과 의사 수련을 받을 때, 은사님께서는 '첫 번째도 되지 말고, 마지막도 되지 말아라'라고 하셨다.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내가 1등을 하거나 꼴등을 하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양질의 진료를 환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적극 의사'와 '소극 의사'의 중간 정도 하면서 지금보다 좀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