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열병식 생중계 처음으로 안해… 시간도 70분 짧아져

입력 2018.02.09 03:03

[평창의 남과 북]

'수위' 조절하면서 핵무력은 과시

김정은 부인 리설주 첫 참석… 北매체 처음으로 '여사' 호칭
ICBM 화성 14·15형, 3~4발씩 등장시켜 양산단계 진입 시사
규모 줄여 文정부에 성의 표시… 미사일 과시는 對美 메시지

북한은 8일 '건군 70주년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4·15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등을 대거 등장시켰다. 그러면서도 신형 전략무기는 공개하지 않았고, 열병식 규모도 과거보다 축소했다. 국제사회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평화 올림픽'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를 위해 나름의 '성의' 표시를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美 타격' 화성-14·15형 내세워

이날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14·15형은 지난해 4월 김일성 생일 105주년 열병식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시험발사를 통해 존재가 처음으로 확인된 것들이다. 화성-14형은 지난해 7월 두 차례, 화성 15형은 지난해 11월 한 차례씩 시험발사됐다. 화성-14형은 최대 사거리 1만여㎞로 미 서부지역을, 화성-15형은 최대 사거리 1만3000여㎞로 미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북한은 이날 각 3~4발씩의 화성-14·15형을 등장시켜 양산 단계에 들어섰음을 시사했다. 김정은은 올 신년사에서 "핵탄두들과 탄도로켓(탄도미사일)들을 대량 생산해 실전 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화성-12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사거리 5000~5500㎞)도 지난해 4월에 이어 6발이나 등장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8일 오전 열병식에 앞서 부인 리설주와 함께 명예위병대(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김정은 부부 사열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8일 오전 열병식에 앞서 부인 리설주와 함께 명예위병대(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북한 매체는 과거‘동지’라 했던 리설주에 대해 처음‘여사’호칭을 썼다. /조선중앙TV
북한은 8일 오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건군절 70주년 열병식에서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을 공개했다.
美본토 타격 가능한 화성 15형 - 북한은 8일 오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건군절 70주년 열병식에서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을 공개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29일‘화성 15형’발사를 계기로“핵무력 완성”을 주장했다. /조선중앙TV
관심을 모았던 신형 ICBM이나 신형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인 북극성-3형은 열병식에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독사(KN-02)' 단거리 지대지(地對地) 미사일의 발사대와 미사일을 대폭 개량한 신형 미사일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종전엔 이동식 미사일 발사 차량에 미사일 1발만 실렸지만 신형은 2발의 미사일이 탑재되며 미사일 형태도 러시아 SS-26 '이스칸더' 미사일과 비슷하다. 최대 사거리 200여㎞인 '독사' 개량형 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사용, 기습적인 즉각 발사가 가능하고 비행고도가 낮아 한·미 미사일 방어망을 피할 수 있어 위협적이다.

◇열병식 규모 줄고 생중계도 안 해

이날 열병식은 11시 30분부터 1시간 40분가량 진행됐다. 작년 4월 김일성 105회 생일 기념 열병식은 오전 10시 5분부터 2시간 50분가량 실시됐다. 작년보다 1시간 10분 줄어든 것이다.

8일 북한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된 '독사(KN-02)' 개량형 단거리 미사일.
'독사' 개량형 미사일 공개 - 8일 북한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된 '독사(KN-02)' 개량형 단거리 미사일. 종전 '독사'는 이동식 발사대에 미사일 1발만 장착돼 있었지만 개량형은 2발이 장착됐고, 미사일 형태도 러시아 SS-26과 닮은 형태로 바뀌었다. /조선중앙TV
김정은 집권 이후 대규모 열병식은 모두 여섯 차례 열렸지만 실황 생중계를 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일 시대엔 열병식 생중계하는 일이 드물었지만, 과시욕과 자존심이 강한 김정은은 열병식을 생중계하고 외신에도 공개해 왔다"며 "이날 생중계를 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선 북한이 여러 가지 무리한 요구로 각종 제재·원칙을 흔들어 한국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진 상황을 감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다음 날 김여정이 한국에 내려가 '미소 작전'을 구사해야 하는데 열병식을 너무 부각하는 것은 작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리설주·김정각·김여정도 등장

이날 김정은은 검은색 중절모와 코트 차림이었다. 연설문을 읽을 때는 뿔테 안경을 썼다. 열병식 도중 힘에 부치는 듯 앞쪽 난간에 기대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 밖에 주석단에는 최근 총정치국장에 기용된 것으로 알려진 김정각 차수를 비롯해 리명수 총참모장, 박영식 인민무력부장, 리영길 총참모부 작전총국장 등 군 수뇌부가 자리했다.

주석단 양옆에 마련된 '특별석'에는 김정은 부인 리설주와 당정 고위 간부들이 앉았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배우자가 열병식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조선중앙TV는 리설주에 대해 기존의 '동지' 대신 '여사'란 호칭을 썼다. 9일 고위급 대표단 일원으로 한국에 오는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김정은 연설 도중 주석단 뒤쪽에서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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