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1만·팀추월·매스스타트… 이승훈 "살인적? 죽어도 달린다"

입력 2018.02.09 03:03

빙속 맏형, 4개 종목 3만7400m '무한 도전'
"내가 안나가면 장거리에 한국선수 없어져… 代가 끊기면 안되죠… 버틸 각오 돼있어요"

"종목이 너무 많다고요? 그만큼 기회가 많은 거죠."

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훈련하는 이승훈.
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훈련하는 이승훈. 그는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4개 종목에 출전한다. 매스스타트와 팀 추월에서 금빛 질주를 노리는 그는 장거리 경기도 뛰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오종찬 기자
이승훈(30)의 평창올림픽은 누구보다 길다. 그는 개막 이틀 뒤인 11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로 대회를 시작한다. 15일엔 '빙상의 마라톤'이라 불리는 1만m에 출전한다. 장거리 두 종목을 치른 다음엔 단체전인 팀 추월이 기다리고 있다. 18일 예선을 통과하면 21일 결선에서 메달에 도전한다. 폐막 하루 전인 24일에는 자신의 간판 종목인 매스스타트에 나선다. 4개 종목 모두 예선과 결선을 치를 경우 최대 3만7400m 스케이팅을 하게 된다. 당초 1500m 출전권까지 따냈지만, 체력적인 문제를 고려해 포기했다.

이승훈은 "어느 한 종목이라도 허투루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쇼트트랙 선수였던 그는 2009년 6월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자 과감히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고, 7개월 만인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남자 5000m 은메달을 따냈다. 아시아 선수 최초였다. 당시 1만m에선 금메달을 걸었다. 먼저 들어온 스벤 크라머르(네덜란드)가 코스를 착각해 실격을 당하는 바람에 이승훈이 행운을 얻었다. 하지만 이승훈은 마지막 바퀴 기록이 가장 좋았을 만큼 폭발적인 스퍼트를 선보였다.

이승훈의 이번 시즌 5000m 월드컵 랭킹은 19위. 1만m는 월드컵에서 한 번(2차) 뛰어 14위를 기록했다. 올림픽 입상권과는 거리가 있다. 그런데도 이승훈은 "내가 장거리를 포기하면 대(代)가 끊긴다. 후배들이 좀 더 분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거리 종목을 뛰면 실전 감각을 유지하는 이점도 있다.

18일 시작하는 팀 추월은 이승훈이 소치올림픽에서 김철민·주형준과 함께 은메달을 딴 종목이다. 팀 추월은 3명으로 이뤄진 두 팀이 링크(한 바퀴 400m)의 양쪽 중앙에서 동시에 출발해 8바퀴(남자)를 도는 종목이다. 이승훈은 이번 올림픽에서 10대 선수인 김민석(19)·정재원(17)과 호흡을 맞춘다.

이숭훈의 '무한도전'
맏형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승훈은 소치올림픽 결선 당시 8바퀴 중 중반 4바퀴를 맨 앞에서 끌었다. 선수들이 한 바퀴씩 번갈아 선두로 나섰던 네덜란드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맨 앞에서 달리면 공기 저항을 그대로 받아 30% 이상 힘을 더 써야 하지만, '에이스' 이승훈은 책임감을 갖고 힘을 냈다. 이승훈은 "이번에도 3~4바퀴를 앞에서 책임지려고 한다. 죽기 살기로 버틸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 신설 종목인 매스스타트는 지정된 레인 없이 동시에 출발해 16바퀴를 돌아 순위를 가리는 경기다. 쇼트트랙처럼 자리 싸움도 벌어지기 때문에 쇼트트랙 선수 출신인 이승훈에겐 안성맞춤이다.

올 시즌 월드컵 시리즈에서 이승훈은 쇼트트랙의 추월 장면을 연상시키는 뛰어난 코너링 기술을 선보이며 두 차례 정상에 올랐다.

변수는 매스스타트에 도전장을 던진 '빙속 황제' 크라머르다. 이번이 매스스타트 국제 대회 데뷔전인 크라머르는 8일 기자회견에서 "경험이 많고 홈에서 경기를 하는 이승훈이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라며 "(이승훈을) 이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8일은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공식 휴식일이었지만, 이승훈은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으로 나와 부지런히 링크를 돌며 구슬땀을 흘렸다. 그는 "대회 처음부터 끝까지 빛나는 선수가 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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