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올림픽 선수단의 음식을 책임지는 스탈레 요한센 셰프는 지난 4일 평창 동계올림픽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계란을 보고 기겁했다. 배달 트럭엔 계란 1만5000개가 실려 있었다. 원래 그가 주문했던 수량(1500개)의 열 배였다. 요한센은 자국 언론에 "트럭에서 계란이 끝도 없이 나왔다. 그야말로 믿을 수 없었을 정도"라고 전했다.

"500판? 1만5000알을 주문한다고?"

당황스러웠던 건 주문을 받았던 평창 제이마트의 점장 배대수(43)씨도 마찬가지였다. 주문서에 '계란(egg), 30개×500'이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선수단은 이 마트 옆 중국집을 통째로 빌려 올림픽 기간 동안 식사를 해결하고 있었다. "좀 이상하긴 했죠. 올림픽이라곤 해도 한 번에 계란 500판이면 도대체 얼마나 많이 먹나…."

노르웨이 올림픽 선수단의 셰프들이 4일 평창 동계올림픽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계란 140판을 쌓아놓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한국어를 못하는 요한센은 '배달 사고'가 나기 며칠 전 이 가게에 들러 인터넷 구글 번역기를 사용했다. '계란 1500개를 주문하고 싶다'는 노르웨이어를 한국어로 번역했는데, 원인 모를 오류가 발생하면서 계란 1500개가 1만5000개로 번역됐다고 한다. 결국 주문서에는 500판이 적혔다.

결국 점장 배씨는 1500개에 대한 대금만 받으려고 했다.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나머지 1만3500개를 회수하려고 한 것이다. "외국인이고, 말이 안 통해 벌어진 일인데 어떻게 매정하게 '주문 잘못한 너희 잘못'이라고 합니까. 더구나 평창올림픽인데 이렇게라도 환영해줘야죠." 제이마트에서 만난 배씨는 "상대가 한국인이었어도 그랬을 것"이라고 했다.

노르웨이 측도 주문 수량을 올려 "그러면 4200개(140판)는 우리가 쓰겠다"고 하면서 마트엔 계란 1만800개가 돌아왔다. 이 계란들은 상하지 않아 이 지점과 마트의 다른 지점 2곳에서 모두 팔 수 있었다고 한다.

한바탕 소동을 겪은 요한센은 "선수들을 위해 오믈렛, 으깬 계란을 곁들인 훈제연어 등 계란을 이용한 다양한 메뉴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노르웨이 셰프들은 계속 이 마트를 찾고 있지만 더 이상 계란을 사가지 않고 있단다. 평창올림픽에 선수 109명을 보낸 노르웨이는 2회 연속 종합우승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