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열병식으로 이중 메시지... 南엔 '유화 제스쳐', 美엔 엄포

입력 2018.02.08 19:38 | 수정 2018.02.08 21:52

북한은 8일 ‘건군절’ 70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병식을 개최했다. 북한은 이날 정주년(5년마다 꺾어지는 해) 열병식의 실황 생중계는 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공개하는 ‘이중 행보’를 보였다.

북한 조선중앙TV가 8일 녹화 중계한 ‘건군절’ 기념 열병식의 주석단에는 황병서에 이어 총정치국장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김정각이 등장했다. 사진은 나란히 경례를 받는 김정각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북한의 움직임과 관련,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목전에 두고 남측엔 ‘유화 제스처’를 보내면서, 미국에는 ‘언제든 너희를 때릴 수 있다’는 엄포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이날 오전 11시30분(서울 기준)부터 약 1시간 30~40분 가량 열병식을 진행했다. 지난해 열병식이 2시간 50분가량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한시간 이상 축소된 셈이다. 정부 소식통은 “열병식이 지난해에 비해 내용과 구성이 다소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며 “열병식 진행 시간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북한 매체가 열병식을 생중계하지 않은 점도 주목된다. 북한은 이날 생중계 대신 오후 5시30분부터 녹화 중계로 열병식 실황을 방송했다. 정부 소식통은 “생중계를 안한 건 이례적이다”고 말했다.

북한은 열병식을 체제선전용으로 활용하며 대내 결속력 강화에 나선다. 이번 경우를 제외하면 북한은 김정은체제 이후 진행한 5차례 열병식에 외신을 초청하고, 행사 내용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당초 북한은 이번 열병식도 외신을 초청할 계획이었으나 비공개 방침으로 전환했다.

북한이 열병식과 관련해 ‘조용한 행보’를 보인 데 대해선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한반도 대화 국면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평창올림픽 개막 바로 전날 열병식을 개최하는 것을 놓고 대외 비난이 거세진 상황에 생중계를 안함으로써 논란을 최소화려는 의도가 읽힌다”는 것이다.

조선중앙TV가 8일 오후 녹화 중계한 ‘건군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가 등장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생중계를 하지 않은 데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도 있다.

이번 열병식에선 미 동부까지 타격이 가능한 화성-15형 등 ICBM이 대거 등장했다. 이 대목을 두고는 이번 열병식이 미국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있다. 이날 열병식에는 미국 전역이 사정권인 화성-15형 미사일 6기와 사거리 9000km인 화성-14형 미사일 등 10여기의 ICBM이 등장했다.
화성-14형은 지난해 7월 두 차례, 화성-15형은 지난해 11월 한 차례씩 시험발사됐다. 화성-14형은 최대 사거리 1만여㎞로 미 서부지역을, 화성-15형은 최대 사거리 1만3000여㎞로 미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그러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비롯한 SLBM은 열병식에 등장하지 않았다.

◇김정은 이설주와 함께 열병식 참석

이날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와 함께 검은색 중절모와 코트 차림으로 열병식에 나타났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배우자와 함께 열병식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조선중앙TV는 리설주에 대해 ‘여사’란 호칭을 썼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김정은 연설 도중 주석단 뒤쪽에서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김정은은 연설문을 읽을 때 뿔테 안경을 썼다.
주석단에는 최근 총정치국장에 기용된 것으로 알려진 김정각 차수를 비롯해 리명수 총참모장, 박영식 인민무력부장, 리영길 총참모부 작전총국장 등 군 수뇌부가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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