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으로 치닫는 시리아 내전…중동 넘어 미·러 각축전 격화

입력 2018.02.08 18:38 | 수정 2018.02.09 09:08

시리아 내전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시리아 정부는 반군 주둔 지역에 화학무기까지 사용해 무차별 공격에 나섰고, 희생자 수는 급증했다.

최근에는 시리아 북부 지역의 쿠르드족과 터키의 분쟁까지 격화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현재 시리아에서는 중동 국가는 물론, 서방 강대국인 미국과 러시아까지 개입해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2018년 2월 5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반군 지역에서 한 어린이가 시리아군 공습으로 건물이 무너지면서 잔해에 파묻혀 있다. /AP연합
국제사회도 시리아의 상황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유엔(UN)은 시리아에 ‘한달’ 만이라도 휴전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분쟁은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4일(현지 시각)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던 자국 전투기가 반군에 의해 격추되자 즉각 보복 공격에 나섰다. 미국 주도의 연합군은 7일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에 함께했던 쿠르드·아랍연합 시리아민주군(SDF)을 공격한 시리아 친정부군을 공습했다.

◇ 미 주도 연합군, SDF 선제 공격한 시리아 친정부군 공습…“100명 이상 사망”

미 주도 연합군은 이날 “SDF을 이유 없이 공격한 시리아 친정부군에 대항하기 위해 공습을 단행했다”며 “시리아 친정부군 100여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연합군은 피해가 없었지만, SDF 대원 1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로이터와 CNN 등 외신은 보도했다.

연합군은 이어 “IS(이슬람국가) 격퇴에 참여한 동맹군과 파트너를 지키고자 SDF 본부를 공격한 세력을 격퇴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시리아 친정부군 500여명은 유프라테스강 동쪽 8㎞ 지점에서 박격포와 러시아산 탱크, 다중발사로켓 등을 이용해 연합군을 공격했다. 이에 연합군과 SDF가 반격 공습을 단행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당국자는 연합군에 공격을 개시한 시리아 친정부군의 배후가 분명히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나 이란의 개입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공습이 단행된 뒤 시리아 국영방송은 8일 “미국의 공습은 테러지원을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CNN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시리아에 약 2000여명의 병력을 파병한 상태다. 이들은 시리아에서 IS 격퇴에 함께한 쿠르드·아랍연합인 SDF 소속 대원 약 5만여명과 협력하고 있다.

◇ 8년째 이어진 시리아 내전…시리아 북부 탈환한 쿠르드에 터키 불만 고조

시리아 내전은 지난 2011년 3월 발발했다. 2010년 12월 17일 튀니지에서 촉발된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이 아랍 전역으로 확산됐고, 튀니지와 이집트, 리비아의 독재 정권이 붕괴됐다.

그러나 시리아의 알 아사드 정권은 막강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2011년 3월 15일에 시작된 대규모 평화 시위에 퇴진을 거부한 뒤 시위대를 난폭하게 진압했다. 국제엠네스티에 따르면 당시 러시아도 알 아사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시리아 민간인을 상대로 공습을 자행했다.

순수 자원봉사자들로 이뤄진 시리아 구호 단체 ‘하얀 헬멧’대원들이 공습으로 무너진 폐허 속에서 부상자를 옮기고 있다. /‘하얀 헬멧’공식 사이트
국민들은 분노했고, 이는 내전으로 이어졌다. 반정부군과 정부군의 격렬한 교전이 오갔다. 정부군은 화학무기까지 사용해 국제사회의 빈축을 샀다.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와 유엔에 따르면 시리아에서는 지난 2011년부터 260건 이상의 화학무기 공격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상가상으로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IS는 시리아가 내전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틈타 시리아의 북부 지역을 점령하고 이를 근거지로 삼았다. 이에 미국은 지난 2016년 5월 SDF와 서방 연합군을 지원해 IS 격퇴에 나섰고, 이후 쿠르드족은 시리아 북부 지역을 탈환했다.
그러나 이는 시리아 인접 국가인 터키의 불만을 샀다. 터키는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쿠르드족의 세력이 확대되는 것에 민감하다. 쿠르드족은 오래 전부터 독립을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터키는 이미 자국 내 쿠르드 분리주의 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을 테러조직으로 분류해 탄압하고 있다.

◇ 터키-쿠르드 분쟁 발발…내전 폭력 사태 심화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달 13일 미국은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 SDF를 주축으로 하는 병력 3만명 규모의 ‘국경보안군’을 창설할 계획을 밝혔다.

터키는 즉각 반발했고,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올리브 가지’라는 작전명의 쿠르드 반군 소탕작전을 시작했다. 지난달 20일 터키군은 SDF 소속 쿠르드 군대인 인민수비대(YPG)가 주둔하는 시리아 북서부 지역의 아프린주(州)를 공격했고, 올리브 가지 작전 개시 10일 만에 6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터키와 쿠르드의 분쟁도 격화되고 있다. 터키군은 최근 아프린을 넘어 시리아 북동부 만비즈에까지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만비즈에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미국은 올리브가지 작전이 시작된 이후 지속해서 터키에 ‘자제할 것’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터키는 만비즈 격퇴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시리아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내전의 폭력 사태도 심화됐다. 시리아 정부군은 지난 6일 수도 다마스쿠스 동부의 반군 지역 동(東)구타와 이들리브 등에 무차별적 공격을 퍼부었다. 시리아 반군이 지난 4일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하고 조종사를 살해한 데 따른 보복적 조치라는 분석이다.

AFP에 따르면 5~6일 동안 이어진 공습에 민간인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6일은 동구타 지역에서 지난 몇년 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날”이라고 밝혔다.

◇ 국제사회 우려 표명…유엔 “한달 만이라도 휴전해달라”

국제사회도 시리아 사태를 주목하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30일 시리아 사태 해결책을 모색하는 ‘시리아 국민대화 대표자회의’를 개최했다. 그러나 이 회의에는 분쟁 당사자인 쿠르드족과 시리아 반군이 참석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가 2018년 1월 29일 러시아를 방문,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정상회담을 열고 시리아 사태를 비롯한 중동지역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AP연합뉴스
유엔은 ‘휴전’을 촉구했다. 파노스 모움치스 시리아 인도주의 구호 조정관은 지난 6일 “구호품 전달과 부상자 대피 등을 위해 최소 한달 만이라도 휴전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시리아 내전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러시아와 미국은 크고 작은 교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엠네스티는 시리아 정부가 최근 공습에서 금지된 화학 무기인 ‘염소가스’를 사용했다는 증거가 입수됐다고 6일 밝혔다. AP에 따르면 OPCW는 시리아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했는지 조사 중이며, 그 결과를 회원국에 보고할 계획이다.

한편 터키와 이란, 러시아 등 3국은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한 3자 회담을 터키 이스탄불에서 개최할 계획을 7일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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