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코너] 현장 실습생들, 열정페이보다 심한 갑질에 운다

    입력 : 2018.02.08 03:04 | 수정 : 2018.02.08 07:31

    사회복지사·상담심리사 등 자격증 따려 교육받는 대학생들
    하루 8시간 주 5일 일해도 무급에 식비·교통비도 못받아
    실습비 내고 후원금 강요받기도

    사회복지학과를 다니는 대학생 이모(24)씨는 국내 유명 국제 구호 NGO(비정부기구) 단체에 현장 실습생으로 들어갔었다.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따기 위해 현장 실습 120시간을 이수해야 했다. 이씨는 결식아동 급식 프로그램에서 담당 교사로 활동했다. 이 단체 직원들과 별로 다르지 않은 일을 했다. 건물 청소 같이 실습과 무관한 잡무도 했다.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교육부 '대학생 현장 실습 운영 규정'에 따르면 이씨 같은 실습생은 실습 기관에서 식비나 교통비 등을 받아야 한다. 또 현장 실습에서 실질적 근로를 할 경우엔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에 따라 시간당 최저임금액 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씨는 실습 기관에서 아무런 금전적 지원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돈을 냈다. 이씨는 "야근까지 하며 주 5일 하루 8시간씩 한 달을 일했는데 임금은커녕 실습시켜준다는 명목으로 실습비 7만5000원을 받아갔다"며 "자격증을 따기 위해 눈을 질끈 감았다"고 했다.

    사회복지사·평생교육사·상담심리사 등 취업에 필요한 주요 자격증을 따기 위해선 현장 실습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런 점을 노려 실습생에게 지급해야 하는 돈을 주지 않거나 오히려 비용을 받는 곳도 있다. 상담심리사 2급 실습 과목을 준비 중인 대학원생 권모(30)씨는 "사설 상담 기관의 경우 1년 단위로 무급 계약을 하는데 10만~20만원의 실습비를 내야만 현장 실습을 받을 수 있다"며 "많이 내는 곳은 70만~100만원에 이르는 곳도 있다"고 밝혔다. 기관장 선물이나 정기 후원금 신청을 강요받는 경우도 있다. 평생교육사 2급 자격증을 딴 정모(27)씨는 "2016년에 구립 도서관에서 현장 실습생으로 일했는데, 실습 마지막 날 실습생 담당자가 '도서관장에게 작은 성의라도 표시하라'고 말해 몇만원짜리 롤케이크를 선물하기도 했다"며 "실습생을 대상으로 '갑질'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이 많다 보니 실습 기관들의 '갑질'을 참는 경우가 많다. 실습생들은 "실습 기관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관계 기관이나 학교에서 조치를 취하지 않으니 참고 견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평생교육사 자격증을 운영·발급하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관계자는 "현장 실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합리한 사안은 지도교수와 조율해야 하는 문제"라며 "실습 기관은 세부 운영 계획서를 학교에 제출하고 학교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전공 지도교수들은 "학생들이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이상 실태를 알 방도가 없다"고 해명한다. 평생교육사 실습 과정을 지도하는 서울권 대학 한 교수(53)는 "현장 실습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건 이미 누구나 알지만, 아직 실태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 부분을 해결하는 건 일선 학교 학과 차원에선 무리다.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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