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금속노조 "돈보다 여가"…'주 28시간 노동' 협상 타결

    입력 : 2018.02.07 13:12 | 수정 : 2018.02.07 17:19

    ‘워라밸’을 중시하는 풍조가 확산되면서 독일 노동계가 탄력적인 근로시간 단축에 성공했다.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 금속업계 노동자 90만명에게는 앞으로 주 35시간 대신 28시간 일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진다. 외신은 자녀 혹은 부모를 돌보는 근무자에게 유리한 환경이 독일 산업계에 조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라밸은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Work & Life Balance)’의 약자로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한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센터장인 김난도 교수가 꼽은 올해 10대 키워드 중 하나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에 따르면, 독일은 ‘워라밸’ 지수가 10점 만점에 8.3점으로 30개 국가 중 8위였고, 한국은 4.7점으로 27위였다. 1위는 네덜란드로 9.3점을 기록했다.

    독일 최대 금속노조 ‘이게 메탈’ 조합원이 2018년 2월 2일 BMW 공장 앞에서 ‘24시간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블룸버그
    6일(현지 시각) 영국 BBC에 따르면 ‘독일 최대 금속노조 ‘이게 메탈(IG Metall)’은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 지부와 경영계인 금속산업연합은 전날 밤 성명을 발표해 “주당 근무시간을 28시간으로 2년간 줄이고, 임금을 4.3% 인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덴뷔르템베르크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제조사 다임러와 자동차 부품회사 로버트보쉬 등의 공장이 있어 독일 산업의 중심지로 꼽히는 곳이다. 이번 합의로 해당 지역의 약 90만명 노조원이 근로시간 단축 및 임금인상의 혜택을 받게 된다.

    외르크 호프만 노조위원장은 “노동의 유연성은 너무 오랜 시간 동안 고용주만의 특권이었다”며 “지금부터 노동자들은 그들 자신과 건강, 가족을 위해 더 적은 시간 일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당초 ‘이게 메탈’은 28시간 근무하는 노동자에게도 35시간 근무자와 동일한 임금을 지불하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됐다. 대신 경영진은 28시간제 노동자가 원할 경우 주당 최대 40시간 더 근무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줬다. 전체 노동자의 임금은 오는 4월부터 4.3% 인상된다. 노조와 사측은 각각 6%와 2%의 임금 인상률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외신은 독일 노동계의 가치관이 ‘돈 보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전산업계로 근로시간 단축 요구가 확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가디언은 “노동을 덜하면 급여가 감소하지만, 노동계의 요구는 ‘28시간 노동제’와 ‘35시간 노동제’를 혼합해 노동자들이 탄력적으로 선택할 권리를 갖게 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BBC는 “2008년 이후 노동자의 임금이 지속적으로 동결됐기 때문에, 임금 상승에 대한 요구는 예상된 바지만,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목소리는 새로운 흐름”이라며 “독일의 실업률이 역사상 최저치로 내려가면서, 많은 기업은 노동자를 구하기 어려워졌고, 이에 따라 노사의 권력이 노동자쪽으로 기울어졌기 때문에 ‘워라밸’에 대한 요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게 메탈’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합원에게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전체의 82%가 ‘필요시’ 일시적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 78%는 법정 노동 시간인 35시간을 초과해 일하지만, 대다수는 법정 노동시간만큼만 일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조사됐다.

    슈피겔 등 독일 언론은 지난해 10월 “독일 노동계가 돈 보다 ‘여가’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다”며 “수십년만에 노사간 진정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경영계인 금속산업연합의 라이너 둘거 대표는 지난해 7월 노동시간 단축 이슈가 거론되자 “전문인력 부족 현상이 악화될 것”이라며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독일 금속산업 노사는 1984년 노조의 장기 파업을 거쳐 주 35시간 노동제 도입에 합의한 바 있다.

    금속노조 ‘이게 메탈’은 독일 최대 조합원(227만명)을 자랑하는 산별노조다. 독일노동조합연합(DGB) 소속이지만 독일은 산별노조 중심 체제여서 실질적인 권한과 자산은 단연 금속노조에 집중돼 있다. 금속·전자·전기·철강·자동차·섬유·의류 등 독일의 주력 수출 제조업이 금속노조의 영역이며, 지역지부만 15만5000개에 달하는 강한 조직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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