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바꾸자" 英여당 뒷좌석 의원 '백벤처'의 반란

    입력 : 2018.02.07 03:03

    [메이 총리 '브렉시트' 우유부단에… 당 강경파, 불신임 투표 건의]

    무역 조건 놓고 애매한 태도에 黨서 영향력 약한 백벤처도 반발
    위원회 열어 '불신임 서한' 보내… 英언론 "8명 더 요구하면 재선거"
    각종 압력에도 메이 "사퇴 없을것"

    한국 국회 본회의장의 제일 뒷줄엔 당 대표급 거물과 다선(多選) 의원들이 앉는다. 추미애·서청원·김무성·박지원 의원 등이다. 내각제인 영국 하원의 '백벤처들(backbenchers·뒷좌석 의원)'은 반대다. 여당에서 내각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들과 야당에서 주요 당직을 맡지 않는,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약한 의원들이 뒷줄에 앉는다. 이런 '백벤처들'이 최근 테리사 메이〈사진〉의 총리 자리까지 위협할 정도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 테리사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Brexit·유럽연합 탈퇴)에서 계속 애매한 태도를 나타내자, '백벤처들'이 주축이 된 소속 보수당 의원들이 '당대표 교체'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현재 영국 정부가 EU와 진행하는 브렉시트 협상은 무역과 안보협력 등에 대한 2단계 협상. 경제 규모가 영국의 6배인 EU와의 무역에 따른 조건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내년 3월 29일 브렉시트 발효 이후 영국 경제는 막대한 영향을 받게 된다.

    보수당은 '독립파(Brexiteers)'와 관세동맹 '잔류파(Remainers)'로 쪼개져 맞선다. 내각에서도 '실리파'인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이 경제적 폐해를 우려해 '관세동맹 잔류'를 외치지만, 강경파인 리엄 폭스 국제무역부 장관은 '아웃'을 외친다. 앰버 러드 내무장관은 다른 형태의 '관세 협정'을 원한다.

    그런데 정작 메이 총리는 애매한 입장을 보이다가 지난 5일 "EU와 관세동맹 모두에서 '아웃' 하되, '마찰 없는 무역'을 위한 새로운 관세 파트너십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관세 파트너십'이 매우 모호한 개념이라는 것. 5일 런던을 방문한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수석대표는 "관세동맹을 떠나면 무역장벽은 불가피하다"며 "이제 결정할 때가 됐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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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지난 연말 하원 본회의장에서 브렉시트 협상 진행 상황에 대해 보고하는 동안, 좌우의 여야 의원 일부가 중앙에 앉은 하원의장으로부터 발언권을 얻으려고 기립하고 있다. 이렇게 기립하는 것을 ‘의장의 시선 끌기(Catching the Speaker’s eye)’라고 부른다. /영국 의회

    이런 모호한 입장 탓에 작년 12월 6일 영국 하원의 브렉시트 대(對)정부 질문은 비난과 조롱이 난무했다. 총리와 약 4m 떨어진 맞은편 좌석에 앉은 제러미 코빈 제1야당 노동당 당수는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협상을 난장판으로 이끌었다"고 비판했다. 여야 의석은 폭 4m의 붉은 선(red line)으로 분리돼 있다. 검(劍)을 차고 토론에 참석했던 시절의 관습에서 비롯한 것으로, 두 자루의 검 길이에 1인치(2.54㎝)를 더했다. 격한 토론으로 불상사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는 선(線)이다.

    여당인 보수당 의원 중에서 앞에서 세 번째 줄부터 앉는, 이른바 '백벤처들'도 메이 총리에게 "총리 앞 레드라인이 옅어졌는데 좀 더 진하게 칠하라"라며 야유를 쏟아냈다. 백벤처는 여당의 당대표(총리)나 장관들, 야당 당수·원내 총무들의 '프런트벤처(frontbencher)'에 대칭되는 개념이다.

    보수당 백벤처들은 현재 강경 '독립파'를 주축으로, '1922 위원회'에 당대표 불신임 건의 서한을 보내고 있다. 전체 소속 의원의 15%(현재 48명)가 불신임을 건의하면 새로 당대표를 선출한다.

    '1922 위원회'는 보수당 백벤처들의 모임이다. 1922년 자유당과의 연정(聯政)을 깨는 건의를 관철하고, 이듬해 총선에서 승리한 데서 유래했다. 2003년엔 야당 시절 당대표였던 아이언 덩컨 스미스를 경질한 바 있다. 일부 영국 언론 매체는 이미 40명가량의 '당대표 불신임 투표' 건의 서한이 도착했다고 전했다. 영국에선 여당 당대표가 총리가 되기 때문에 당대표에서 물러나면 총리에서도 물러나야 한다.

    물론 불신임 투표가 곧바로 메이 총리 경질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반란'을 꾀하는 백벤처들 사이에선 EU와의 강경한 결별을 주장하는 전통적인 보수파의 제이컵 리스-모그를 총리로 민다.

    리스-모그는 4일 "애가 여섯이라 총리를 원치 않는다"고 하지만, 그는 강경파 사이에서 '총리 후보 1순위'다. 내각 내 강경파인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이 총리를 맡고 리스-모그 등이 연합하는 '브렉시트 드림팀' 얘기도 나온다.

    이런 사퇴 압력에 대한 메이 총리는 답변은 간단했다. 그는 1월 말 "나는 그만두지 않으며, 다음번 총선은 2022년"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영국 언론들은 대체로 "보수당에서도 브렉시트 협상 중에 총리 경질은 '정치적 자살'이라는 분위기가 있으며,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협상이 마무리되는 대로 사임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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