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 法理는 명확… 석방 여부 놓고 많은 고민"

조선일보
  • 한경진 기자
    입력 2018.02.07 03:03 | 수정 2018.02.07 07:01

    [李부회장 석방 정형식 재판장]

    "정치성향·여론보고 재판안해…
    선고 후 쏟아진 비판 알고있다, 이것도 사회가 성숙하는 과정"

    서울고법 형사13부 정형식〈사진〉 재판장은 지난 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어준 뒤 인터넷에서 '적폐 판사'로 몰리고 있다. 6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그를 파면하라는 글이 500여 건 올라왔다. 서울고법 정문에 '개 사료'를 뿌린 사람도 있었다. 그는 이날 본지 기자와 만나 "그런 비난들을 알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 생각이 정리되면 판결에 대해 담담히 얘기할 수 있을 때가 올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최근 일부 판사들에 대한 과도한 비난 분위기도 "결국은 사회가 성숙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판결에 대해선 "법리(法理)는 양보할 수 없는 명확한 영역이었고 고민할 사안이 아니었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1심은 '묵시적 청탁'을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그는 뇌물죄의 전제가 된 묵시적 청탁, 그 대가에 해당하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뇌물의 상당 부분을 자연스럽게 인정할 수 없게 됐고, 결국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는 것이다.

    그는 "가장 고민했던 것은 이 부회장의 석방 여부였다"고 했다. 그는 최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삼성의 승마 지원 금액 36억원만 뇌물로 인정했다. 특검이 기소한 뇌물 액수 433억원에 비하면 작지만 그 자체로 보면 거액이다. 그 역시 이 부분을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건의 전체 구도가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의 압박에 의한 '요구형 뇌물'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했다. 그는 "여론의 비난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결정은 실형을 유지하는 것이었지만, 고민 끝에 사건의 성격을 고려해 석방을 결정했다"고 했다. "어느 기업인이 대통령 요구를 거절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그렇다고 이 부회장이 건넨 금액의 '뇌물 성격'이 지워지는 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이 재판을 하면서 없던 머리카락이 더 빠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록 이번 사건이 부각되긴 했지만 제가 그동안 정치 성향이나 여론을 보고 재판하지 않았다는 건 나중에 판결문이 말해줄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그는 2013년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2012년엔 사전 선거운동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인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원혜영(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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