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천안함부터 찾고 탈북자 만나는 美 부통령

조선일보
입력 2018.02.07 03:20

펜스 미 부통령이 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 참석에 앞서 해군 제2함대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할 것이라고 백악관이 밝혔다. 같은 날 서울에선 탈북자 4~5명을 만날 예정이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도 동행한다. 펜스 부통령은 알래스카 미사일방어 사령부와 주일(駐日) 미군 기지를 거쳐 8일 한국에 도착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다.

펜스 부통령의 일정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김정은 집단에 어떤 환상도 갖고 있지 않으며 올림픽을 이용한 그들의 기만 작전에 속지 않겠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미국 기자들에게 "단순히 (개막식) 리본을 자르러 가는 게 아니다. 부통령은 김정은이 올림픽 메시지를 '납치(hijack)'할까 봐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은 과거 '조작의 대가'였으며 현재는 살인적(murderous) 정권"이라고 했다.

한국 정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육로로 오겠다던 북 삼지연 악단이 만경봉호를 타고 오겠다고 통보해도 그대로 받아줬다. 천안함 폭침에 대응해 북 선박 입항을 금지했던 우리 제재에 순식간에 '예외' 구멍이 뚫렸다. 그 직후 펜스는 천안함을 보러 가는 것이다. 정부는 김정은 치적인 마식령 스키장에 전세기를 보내 미 대북 제재에도 예외를 만들었다. 만경봉은 김일성이 태어났다는 곳이고, 삼지연은 김정일 출생지라고 북이 선전하는 곳이다. 악단은 김정은이 만들었다. '만경봉+삼지연+현송월'이라는 김씨 3대의 우상화 부대가 육·해·공으로 내려오는 것이다. 평창 개막 전날인 8일에는 북의 열병식과 현송월 악단 공연이 열린다. 9일에는 북 태권도단이 개막식 사전 공연을 한다.

올림픽이 끝나면 민족을 절멸시킬 수 있는 북핵 문제가 다시 눈앞에 닥친다. 올림픽 남북대화를 비핵화 대화로 연결하려는 정부 노력이 성공한다면 더이상 다행이 없다. 그러나 김정은은 비핵화 협상을 위해 평창에 오는 것이 아니라 핵무장을 방해하는 대북 제재를 무너뜨리려고 오는 것이다. 김정은을 비핵화 협상에 끌어내려면 북 정권을 무너뜨릴 정도의 강력한 제재와 압박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민주당 중진 의원은 6일 '펜스 부통령이 잔칫집에 곡하러 온다'고 했다. 이게 정부의 본심일 가능성이 있다. 한·미 정부가 이렇게 엇나가면 대북 제재 무용론이 다시 나오게 된다. 그다음이 무엇일지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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