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식 판사를 파면해야 합니다. " "삼권분립 뒤에 숨어 국민을 좌절케 한 정형식을 파면해야 합니다" "정형식 판사 파면은 국민들이 다시 한 번 촛불로 맞서야 합니다" "반역자 정형식을 추방하라.”

지난 5일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직후부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재판장을 맡았던 서울고법 형사 13부 정형식 부장판사를 비난하며 파면을 요구하는 청원글이 쇄도했다. 만 하루가 지나지 않은 6일 오후 2시 현재까지 비슷한 청원글이 무려 300건이 넘었다.

청원글을 올린 이들은 정 부장판사를 겨냥해 "진짜 적폐" "나라를 망치는 매국노"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5일 오후 올라온 '정형식 판사에 대해서 이 판결과 그 동안 판결에 대한 특별 감사를 청원합니다'는 청원글은 이날 오후 2시 현재 9만명이 넘는 네티즌이 동의했다.
이 글을 올린 네티즌은 "국민의 돈인 국민 연금에 손실을 입힌 범죄자의 구속을 임의로 풀어준 정 판사에 대해서 특별 감사를 청원한다"며 "이런 국민의 상식을 무시한 부정직한 판결을 한 판사에 대해서는 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6일 기준 정형식 판사의 파면을 요청하는 청원이 300여개 올라왔다.

지난 5일 오후부터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실시간 인기검색어 순위에서도 ‘정형식’ ‘정형식 부장판사’가 1~5위권을 오르내렸고, 이런 현상은 6일까지 계속됐다.

진보 성향의 주요 인터넷커뮤니티에서도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정형식아 니가 벌레XX냐', '▶◀ 근조 사법부. 정형식' 같은 글과 함께 정 판사의 증명사진을 올려놓고 '극혐(극도로 혐오) 정형식 부장판사 상판대기 기억합시다'라는 글도 올라왔다.

다른 진보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어제 판레기(판사와 쓰레기의 합성어) 정형식이 삼성 면접을 봤다면서?' 식의 유언비어성 글과 과거 정 판사가 한명숙 전 총리에 내린 판결에 과한 의혹을 제기하는 글들이 게재됐다.

정치권과 일부 진보 인사도 판사에 대한 비난 행렬에 올라탔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이 부회장 항소심 판결을 비난하면서 “박선영 전 의원(자유선진당)이라든가 김진태 의원(자유한국당)과 친인척 관계에 있는 판사로 보여지고 있다”고 정 부장판사의 가족관계를 거론했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트위터에 "대한민국 사법부는 죽었다. 그가 건넨 돈은 뇌물이 아니었단다. 재판부 논지라면 이재용은 아무런 대가없이 나라에 독립자금을 댄 꼴"이라고 적었다.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용 2심 재판부 정형식 판사 ‘재산 국외 도피 의사 없어, 단지 장소가 외국’? 법인지 밥인지. 말인지 막걸리인지. 천재인지 쓰레기인지”라고 적었다. 법논리에 대한 논리적 반박이 아닌 ‘정서’를 자극하는 말이 대부분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일각에서는 이런 비판이 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판사가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과 맞지 않는 결정을 내리면 일제히 달려들어 인신공격하고 매도하는 행태가 일상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한 청원글은 "사법부 판결이 존중돼야 한다"며 "또 시작된 인민재판을 막아야 한다"고 적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지난 5일 올라온 정형식 판사에 특별감사를 요청하는 청원이 하루만에 7만4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