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사드(THAAD) 모두 ‘군사적 허상’이라고 꼬집는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

  • 디지털편집국 문화부

    입력 : 2018.02.07 06:00

    프리먼 다이슨의 의도된 실수
    프리먼 다이슨 지음, 김학영 옮김|메디치미디어|388쪽|1만8000원

    “나의 실수란, 지금까지 인문·과학·역사·문화 분야를 주도해온 지배적인 견해와 지식 그리고 이론과 가설에 반론을 던지는 행위다.”

    인류 최초의 안드로이드는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 ‘크리처’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이 소설은 인간이라는 존재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게 된 계기가 됐다. 이후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레플리칸트, ‘A.I’의 아이 로봇, 프로메테우스의 데이빅8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에도 여전히 우리가 인간 존재론적 의문에 답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양자역학의 전설적인 물리학자이자 미래학자인 프리먼 다이슨은 “과학의 무대에서 인문학을 추방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인간 문명이 진정으로 인간을 위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인간성 실종의 위기를 극복하고, 인문학과 과학이 재결합해야 한다는 것.

    저자는 책 제목에 ‘의도된 실수’라는 말을 넣었다. 그는 그 이유를 “내가 꼽은 현대 문명의 문제와 그 답은 모두 진실이라 생각한다. 설령 내가 찾은 답이 오류일지라도 인류가 가야 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을 제시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책이 다루는 현대 문명의 문제는 과학뿐 아니라 사회·정치·경제·문화적인 논쟁점을 모두 포함한다. 쟁점에 대해 인문학자와 과학자가 평행선을 달리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진단도 시의적절한데, 실제로 현재 인공지능의 유익성과 위험요소, 가상화폐의 가치와 투기 사이에서 과학자와 인문학자들이 상반된 의견을 내고 있다.

    저자는 지금까지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에 반기를 들었다. 먼저 지구온난화를 주장하는 이들에게 온난화를 보여주는 현재의 계산법이 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주의자들이 지구온난화를 늦추기 위해 ‘당장 커다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모든 국가가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그는 “환경문제야말로 경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핵무기와 미국의 사드(THAAD)도 ‘군사적 허상’이라고 비판했다. 군사적 허세란 중세시대 중무장한 창기병부터 제2차 세계대전의 전략폭격기, 현대의 핵무기와 미사일방어체계(MD)까지 고비용 병기들에 지나친 투자와 기대를 하는 것을 뜻한다. 역사적으로 정책결정자들은 결전 병기에 큰 투자를 해왔다. 하지만 이들 병기는 극히 짧은 기간 동안 위력을 발휘할 뿐, 대량살상 외에 군사적 가치는 크지 않기에 군사적 허세에 불과했다. 그의 주장은 북핵 위기를 겪으며 사드를 전격 배치하고 미국과 중국의 파워게임 속에서 여러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 한국 독자들에게 흥미롭게 다가온다.

    저자는 이것이 자신만의 주장이 아니라 20세기 과학의 황금기를 함께했던 리처드 파인만, 오펜하이머, 폴 디랙, 스티븐 와인버그가 평생을 바쳐 행했던 것임을 고백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과학과 인문학의 역사에서 존재했던 틀린 이론들과 실수들을 소중히 기억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이 모두 자연의 비밀을 이해하고 인류의 미래를 위한 노력 일부라는 것.

    프리먼 다이슨은 현대 과학이 비인간적인 이유로 “우리가 인간과 철학에 아무것도 묻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총 21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인류에게 지혜를 제공한 원천들과 과학의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역사 속에서 인문학과 과학이 하나였던 때와 함께 발전했던 때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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