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발’ 중요한 피겨스케이팅, 역대 베스트드레서는 김연아...보석 장식 떨어지면 1점 감점

    입력 : 2018.02.06 09:15 | 수정 : 2018.02.06 10:39

    1800년대 후반엔 발목 스커트에 재킷, 모피 모자 쓰고 ‘피겨’ 공연
    피겨스케이팅계 역대 베스트드레서는 김연아, ‘본드걸’ 장식에만 200시간
    경기 끝나자마자 트레이닝복 입는 이유는...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펼치는 김연아 선수(왼쪽), 경기가 끝난 후 키스앤크라이 존에서 점수를 확인하고 기뻐하는 김연아 선수와 브라이언 오서 코치. 이날 김연아 선수는 금메달을 땄다./사진=조선일보DB
    피겨스케이팅은 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종합 스포츠다. 특히 피겨 의상은 작품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의상 점수를 따로 매기는 건 아니지만,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선수들은 경기복 제작에 많은 공을 들인다. 수작업으로 만드는 경기복은 보통 제작에 2~4개월이 소요되고, 가격은 부착되는 장식이나 염색 여부에 따라 100~500만원을 호가한다.

    ◇ 피겨복, 음악과 안무 조화 이뤄야…장식 떨어지면 감점

    피겨복을 만드는 데 중요한 것은 음악과 작품의 콘셉트다. ‘경쾌한 음악에 발랄한 느낌’, ‘잔잔한 음악에 로맨틱한 분위기’ 등 선수가 원하는 분위기에 맞춰 의상이 디자인된다. 윤관디자인의 김연향 디자이너는 “움직임이 많기 때문에 신축성이 좋은 사방 스판덱스 소재를 사용하고, 점프에 방해되지 않는 가벼운 원단을 쓴다. 치마도 스핀(스케이트 바깥날을 사용해 회전하는 기술)에 지장이 되지 않게 짧게 제작한다”고 말했다.

    작품의 예술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의상에 모조 다이아몬드나 장신구 등을 달아 시각적 효과를 높이기도 한다. 이때 장식은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부착한다.

    국제빙상연맹(ISU)의 복장 규정에 따르면 피겨 의상의 장식이 빙면에 떨어지면 프로그램당 1점이 감점되기 때문에, 격렬한 동작에도 떨어지지 않도록 꼼꼼하고 정교하게 봉제해야 한다. 김연아 선수가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입은 007 의상의 경우, 장식을 다는 데만 무려 200시간이 소요됐다.

    △밴쿠버동계올림픽 쇼트프로그램에서 영화 ‘007 테마’를 연기한 김연아 선수, ‘본드걸’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의상으로 찬사를 받았다./사진=유튜브 NBC 캡처
    ◇ 김연아에게 올림픽 금메달 안긴 ‘007 의상’, 장식 다는 데만 200시간

    피겨스케이팅이 스포츠로 정착된 1800년대 후반에는 야외에서 경기를 했기 때문에 발목까지 내려오는 스커트에 재킷, 모피 모자 등을 경기복으로 착용했다. 하지만 1900년대 초 실내 아이스링크가 보급되면서 경기복도 변화가 일었다. 1927년 노르웨이의 소냐 헤니는 흰색 미니스커트를 입고 나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검은색 일색이었던 스케이트에 처음 흰색을 도입한 것도 그였다. 1970년대엔 라이크라와 스판덱스와 같이 가볍고 신축성 있는 신소재가 개발되면서, 피겨스케이팅의 기술력도 한 단계 진보했다.

    1988년 캘거리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동독의 카타리나 비트는 엉덩이 라인이 드러나는 짧은 스커트에 깃털이 달린 의상을 입고 나와 선정성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국제빙상연맹은 여자 선수는 엉덩이와 골반을 덮는 치마를 입고, 스팽글과 깃털 등 과도한 장식을 달 수 없다는 ‘카타리나 룰’을 만들었다. 이 규정은 2004년에 사라졌다.

    △1988년 캘거리동계올림픽에서 카타리나 비트의 파격적인 의상, 이후 ISU는 복장 규정을 만들었다./사진=AP
    김연아 선수는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 드레서로 꼽힌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쇼트프로그램에서 영화 ‘007시리즈’의 주제곡에 맞춰 연기를 펼친 그는 큐빅 장식이 가득 들어간 검은색 원숄더(one shoulder·한쪽 어깨만 달린 형태) 의상을 입고, 요염한 ‘본드 걸’의 모습을 표현했다.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는 파란색 홀터넥(halterneck·팔과 등을 드러낸 채 끈을 목 뒤로 고정해 입는 형태) 의상을 입고 나와 우아한 연기를 선보였다.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최다빈 선수는 프로그램과 의상을 바꿔 자신의 최고점을 경신한 바 있다. 최다빈 선수는 쇼트프로그램 ‘맘보’가 잘 맞지 않는다는 코치의 지적에 따라, 음악을 영화 ‘라라랜드’의 OST로 바꾸고 의상도 주인공 엠마 스톤이 입었던 초록색 드레스를 연상시키는 의상으로 바꿔 지난해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피겨 여자 싱글 부문에서 우승했다.

    △ 소치동계올림픽에서 하뉴 유즈루가 입은 의상의 가격은 약 3000달러로 알려진다./사진=유튜브 캡처
    피겨복하면 보통 여자 선수들의 화려한 옷을 먼저 떠올리지만, 남자 선수들의 의상 경쟁도 치열하다. 남자 선수들은 부드럽고 신축성이 좋은 상의와 바지를 입는다. 일본 하뉴 유즈루가 소치동계올림픽 남자 싱글 부문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입은 의상은 3000달러(약 322만원)로 알려진다. 하뉴의 라이벌로 꼽히는 미국의 네이선 첸은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중국계 미국인 디자이너 베라 왕의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예쁜 피겨복 위에 트레이닝복을 입는 이유는?

    TV에서 중계되는 피겨스케이팅 대회를 보면 선수들이 경기를 마친 후 코치와 나란히 앉아 점수 발표를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곳을 '키스앤크라이 존(Kiss and Cry Zone)'이라 부른다. 성적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선수들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어 붙은 명칭이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숨 고르기가 무섭게 트레이닝복을 착용하는데, 여기엔 이유가 있다. 다른 스포츠는 경기 중 의상이나 모자에 후원사의 로고를 노출하지만, 피겨는 경기복에 후원사 로고를 부착할 수 없다. 따라서 키스앤크라이는 경기 중 후원사의 로고를 노출할 유일한 기회다. 김연아 선수의 경우 국제대회에서 국민은행, 현대자동차, 휠라 등의 로고가 들어간 트레이닝복을 입었다. 하지만 올림픽에서는 규정상 스포츠 브랜드의 로고만 노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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