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은 정치적 이유로 누구도 죽이지 않은 임금"

    입력 : 2018.02.06 03:02

    17년간 세종 연구한 박현모 교수, 세종 즉위 600년 맞아 학술대회
    "政敵도 끌어안아 성과 이뤄… 포용 리더십으로 분열 넘어야"

    박현모(53) 여주대 교수가 휴대전화에서 '세종이라면(ifsejong.com)' 홈페이지를 검지로 눌렀다. '세종 즉위 600돌'이란 제목이 뜬다. 'A-○일'이란 표시와 함께 시간·분·초 단위가 움직였다. 'A'는 즉위를 뜻하는 영어(Ascend the throne) 머리글자. 오늘(6일)은 A-214일이다.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 선 박현모 여주대 교수는“세종의 포용 리더십으로 이념과 진영으로 분열된 사회를 한데 묶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 선 박현모 여주대 교수는“세종의 포용 리더십으로 이념과 진영으로 분열된 사회를 한데 묶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진한 기자
    조선 4대 임금 세종은 1418년 8월 10일(양력 9월 9일) 경복궁에서 즉위했다. 박 교수는 세종 즉위 600년을 맞아 여러 행사를 준비 중이다. 지난달 학술 포럼에 이어 5월 국내 학술회의, 9월에는 미국·캐나다·영국·일본·중국 등 해외 학자가 참여하는 국제 학술회의 책임을 맡았다. 홈페이지는 여러 지자체와 기관이 준비하는 행사들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최근 마련했다.

    국내 세종 전문가는 대부분 역사학자나 국어학자이지만 박 교수는 드물게 정치학자다. 당초엔 조선 후기 임금 정조를 연구했다. 1999년 서울대 정치학 박사논문 주제는 '정조의 성왕론과 경장정책'. 정조는 즉위 일성(一聲)으로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선언한다. 정치 보복을 두려워한 신하들이 선뜻 일을 하려 하지 않자 정조는 재위 3년인 1779년 세종대왕릉을 찾아간다. 박 교수는 "세종 사후 작성된 행장에 '세종은 정치적 이유로 누구도 죽이지 않았던 임금'이라고 적혀 있다"면서 "정적(政敵)까지도 포용해 성과 내는 정치[成效之政·성효지정]를 한 세종을 따르겠다는 뜻을 세종대왕릉 행차라는 상징적 행위로 나타낸 것"이라고 했다.

    세종실록으로 본 세종의 5단계 대화법
    박 교수는 이후 정조가 '롤 모델' 삼은 세종을 본격 연구했다. 2001년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세종국가경영연구소를 설립했고 4년 전 여주대로 옮겨 세종리더십연구소를 만들었다. 지난 17년간 '세종처럼' '세종이라면' '세종의 적솔력' 등 관련 연구서를 10여 권 냈다. 일반인이 참여하는 실록학교를 열어 시민·학생·교사·공무원 등 3000여 명을 교육했다. 지금도 매달 1회 실록학교를 열고 있다.

    단지 600주년이니까 세종을 다시 봐야 한다는 게 아니라고 했다. 박 교수는 "세대와 지역, 이념과 진영으로 사분오열되어 있는 정치를 한데 묶는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미래가 없다"면서 "우리 정치사에서 포용의 리더십을 말하려면 세종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은 즉위 첫마디로 "내가 사람을 모르니 함께 의논하자"고 했다. 박 교수는 "정조는 신하를 믿지 못하고 가르치려 한 까닭에 자신이 노력한 만큼 성과를 얻지 못한 반면 세종은 귀를 열어 경청하고, 입을 열어 신하의 의견에 공명하고, 손을 내밀어 함께 실천해 큰 성과를 이뤘다"고 말했다.

    요즘엔 미래 세대인 청소년, 특히 중학생 대상으로 '세종 리더십' 강의에 나서고 있다. 강의 전에는 엎드려 자는 학생이 많다. 중학생 청중의 첫 반응은 "세종은 나와는 다른 '금수저'"라는 것. 세종은 왕이니까 권력과 돈으로 사람을 부렸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박 교수는 "'세종도 처음엔 권력이 없었지만 특별한 대화법을 통해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운을 떼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면서 "리더십이란 자기 주장을 하는 게 아니라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이며 그래야 진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현 정부가 세종에게서 배워야 할 점 딱 한 가지만 주문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세종이 집현전이라는 싱크탱크를 정책 수행에 적극 활용한 것처럼 정부출연 연구소 전문가들을 잘 쓰기만 해도 '아마추어 정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