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부동산 시장을 배회하는 '사이비 주술'

입력 2018.02.06 03:14

정부 대책이 시장 과열시키고 '강남불패論' 조장하는 악순환
英·美 부동산도 경기 따라 騰落… 금리 인상 대비 신중한 정책을

차학봉 산업1부장
차학봉 산업1부장
재건축 중심으로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강남 불패론(不敗論)'이라는 유령이 다시 배회하고 있다. "부자들의 수요가 많아 집값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학교가 좋아 중산층이 몰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난무한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퍼지면서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자신만 기회를 놓친 것 아닌가 하는 불안으로 강남권을 기웃거리는 투자자들도 보인다.

정부는 '6·19 대책' '8·2 대책' '10·24 대책' 등 사실상 강남권을 겨냥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강남권 주택 가격이 춤출 때마다, 정부가 정책을 내놓으면서 오히려 '강남 불패론'을 조장하고 시장 전체의 흐름까지 왜곡시키고 있다. 정부가 분양가를 통제하는 영향으로 강남 아파트 당첨이 '로또'가 되고, 이게 다시 시장을 과열시키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수록 강남은 과열되고, 지방은 더 냉각되는 역설(逆說)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시 고개 드는 '강남 불패론'과 정부가 실패했던 과거 대책들을 또 꺼내드는 것을 보면 우리가 '집단 기억 상실증'에 걸린 것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든다. 3~4년 전 당시만 해도 정부가 '돈 빌려줄 터이니 집 사라'는 격으로 각종 규제를 풀었지만 백약(百藥)이 무효였다.

강남권 아파트는 2008년 리먼 쇼크를 전후해 20~30% 정도 가격이 떨어졌고 7~8년간 침체기를 겪었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거의 반 토막 났지만, 수요자들은 외면했다. 당시에는 '집값 폭락론'이 휩쓸면서 '집 사면 망한다', '집을 팔 마지막 기회'라는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집값이 영원히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올해 1월 서울의 주택가격이 강남·서초·강동·송파 등 강남4구 아파트 매매가 급등의 영향으로 0.9%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월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내 상가 공인중개사에는 아파트 매매값이 게시돼 있다. /뉴시스
강남 과열 와중에 강남과 함께 2000년대 집값 상승세를 주도했던 분당·용인·평촌 등 '버블 세븐' 지역은 10년 전 가격을 밑돌거나 겨우 회복한 정도다. '타워팰리스' 같은 서울 강남의 일부 고급 아파트는 10년 전보다도 오히려 가격이 떨어진 상태다. 최근 강남권 집값은 새 아파트와 재건축이 가능한 낡은 아파트가 급등을 주도하고 있다. 새 아파트 희소성에 대한 기대 심리와 경기 회복 기대감, 정부의 헛발질 정책이 복합 작용한 것이다.

강남 불패론과 부동산 폭락론은 극단적인 낙관론과 비관론이 빚은 일종의 '사이비 주술(呪術)'이다. 집값 상승기와 하락기에 만연하는 불안과 공포, 탐욕과 집착을 교묘하게 조장할 뿐이다. 한국은 물론 주요 국가 부동산은 거의 예외 없이 '붐(boom·급등)'과 '버스트(bust·급락)'를 반복해왔다. 글로벌 거부(巨富)들의 수요가 몰려 집값이 치솟은 뉴욕과 런던의 부동산도 경기(景氣)가 위축되면 날개 없이 추락한다.

주택 수요와 공급, 금리 변동, 경제성장률 등에 따라 집값은 일정한 주기(週期·cycle)를 보이고 있다.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치솟을 것 같던 집값은 어느 순간 하락세로 전환하며 끝없이 추락할 것 같은 공포를 준다. 하지만 일정 정도 시간이 지나면, 수요 공급에 의해 결국 바닥을 치고 가격이 다시 오른다. 시장의 법칙이다.

그렇다면 한국, 서울 강남의 집값은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와 있을까. 글로벌 과잉 유동성(현금 흐름)으로 인해 가격이 치솟았던 런던, 뉴욕에서조차 '집값 침체'를 점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리먼 쇼크로 촉발된 경기 위축을 극복하기 위한 저금리·돈 풀기 정책이 마무리되면서 '금리 인상·유동성 축소' 충격이 불가피하다. 한국도, 강남도 예외일 수 없다. 정부가 신중한 정책을 펼쳐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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